짝사랑에 시간을 낭비하고 삽질하는 방법
짝사랑 공략법을 소개했으니 이제 그 이면인, 짝사랑을 하면서 삽질하고 상처받고 어쩌면 덤으로 돈 버리고 망신까지 당하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주변에 이런 경우를 보거나 전해듣곤 하는데, 보기 안 좋으면서도 딱한 일이다. 자신도 피가 마르고 상대도 괴롭히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법을 쓰면 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처를 주고받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피하기 바란다.
1. 1인 드라마: 짐작에 짐작을 거듭하며 혼자 소설쓰기
저 사람이 날 쳐다봤나, 오늘 웃어준 의미는 혹시 날 좋아한다는 뜻이었을까. 싸이에 쓴 저 글은 날 가리킨 것일까... 등등 끝없이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짝사랑 삽질 중에서는 양호한 편이고 나름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민이 되고 괴로울 지경이라면 생각만 무한증식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해결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 고백할 만큼 강한 마음은 아니니까 접거나, 아니면 연애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면 고백을 하거나. 위의 공략을 참고하기 바란다.
2. 용기 없는 스토커: 막연히 주변을 맴돌면서 훔쳐보기
혼자 소설쓰는 행동과 함께하는 일이 잦다. 괜히 일없이 그 사람 주변을 서성이고, 혹시 그쪽에서 나를 먼저 보아주지 않을까 바라면서 자꾸 눈에 띄려고 한다. 장난삼아 스토킹이라고 하지만 가끔 진짜 스토킹 수준이 되기도 한다. 상대가 나를 정말 마음에 들어한다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쪽에서 먼저 접근할 만큼 마음에 든 것이 아니라면 결국 시간 낭비다. 좋아하는 것은 내 쪽인데 접근하고 고백하는 부담은 저쪽에 떠넘기는, 어찌보면 게으른 발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쉴새없이 소설쓰고, 게다가 괴로워하면 더욱 쓸데없는 짓이다.
3. 연애 기술자: 연애상대 꼬시는 '기술'을 찾아다니기
특히 남자가 여자를 좋아할 때 많이 보이지만, 여자도 할 수 있는 짓이다. 마치 말을 어떤 식으로 하면, 혹은 옷을 어떻게 입으면, 적당히 틈을 봐서 스킨쉽을 하면, 혹은 한참 관심을 보이다가 적절한 시기에 연락을 안하고 걱정시키면 상대가 홀랑 넘어올 것처럼 착각해서 열심히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의논하고 생각하고 찾아보는 행동을 말하는데, 이건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짓이므로 제대로 된 연애감정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기술, 혹은 테크닉이 무조건 효과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경험이 없고 어린 상대는 이런 유희에 마음이 격동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넘어올 수도 있다. 상대방 역시 기술자라면 나름 즐기면서 역시 기술을 걸어올 수도 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적절한 밀고 당기기를 하면 한결 즐겁고 짜릿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의 마음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현란한 기술에 넘어가서 사귀기로 했다고 치자. 그렇게 일시적으로 흔들린 마음이 연애의 어려운 과정을 견뎌낼 것이라고 보는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진실한 고민과 성찰도 없고, 연애를 하면서 원하는 것이나 목표가 무엇인지 대화도 제대로 안해 봤는데 그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여자는 특정한 테크닉을 사용하면 마음까지 홀랑 넘어오는, 선택의 주체가 아닌 기만과 유희의 객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진실한 연애관계를 위한 대화와 노력을 과연 하겠는가?
연애의 시작은 말 그대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일단 어떻게든 연애의 형태만 갖추면 거기서부터는 다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은 치졸하고, 근시안적이며, 사랑이 아닌 소유욕에서 나오는 발상이다.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얘를 갖지 못하면 나는 못난 남자인 것 같은 그 공허가 무서운 것이다. 사람을 그렇게 객체화하고 자의식의 도구로 생각해서는 진정 행복한 관계는 절대 이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진지한 연애에 관심이 없고 그냥 재미만 보자는 생각이라면 기술을 갈고닦아 잘난 무용담과 정복기를 남기기 바란다. 같은 기술자와 만나 서로 즐기거나, 아니면 철없는 아이한테 인생공부는 좀 시켜줄 테니. 하지만 상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실한 마음이 있다면 그런 찌질한 플레이는 당장 그만두고 그 시간에 마음을 고백할 방법부터 생각하도록 하라.
당신이 좋아하는, 혹은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그 사람은 당신의 모자란 자존감을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주체라는 사실을 부디 기억하라. 사랑은 주체 대 주체가 하는 것이지 주체인 당신과 당신의 뜻에 따라 놀아나는 객체인 상대방이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심사숙고해서 한 거절은 속이거나 몰아붙여서 얻은 승낙보다 백 배는 갚지다. 남을 현혹시켜서 내 공허를 채울 생각은 제발 그만두고 자신과 상대의 삶에 진지하고 진실해지기 바란다.
4. 돌쇠의 순정/빚쟁이의 사랑: 대가성 선물과 친절공세
짝사랑 상대에게 정작 사귀자는 얘기는 안하고 노력봉사든 선물이든 무조건 갖다바치는 경우가 보인다. 노력봉사는 과제를 도와준다거나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좋은 오빠나 친구 등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정서형 노력봉사'도 포함한다. 막연하게 맴도는 행동과 같잖은 기술을 거는 행동과 함께 가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친절하게 대하고 선물을 주는 게 뭐가 나쁘냐고? 내가 보기에 그런 행동은 시간이나 돈을 주고 마음을 사려는 행동이다. 사실은 좀전에 말한 기술을 거는 행동과 같은 류인데, '나는 이만큼이나 친절한 사람'이라는 교묘한 자기합리화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무섭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래서 별로이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진심에 마음이 움직여서 결국 연애를 시작한 만큼 친절을 뭐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친절은 연애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선물인 만큼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경계하는 친절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닌 대가성 친절이다. '이렇게까지 하면 쟤가 나를 거절하지 못할 거야'라든지 '이런 선물을 줬는데 이제는 설마 날 좋아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간 순간 그 행동은 친절이 아닌 협박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네가 나를 거절해?' 하는 감정적 위협인 것이다.
상대를 도와주거나 선물을 주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면 보통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나를 봐주지 않을까, 이만큼 주었으니까 미안해서라도 거절 못하지 않을까 하고 초조하고 불안하다면 그건 구매행위지 친절이 아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친절을 왜 베푸는가? 행복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바라서인 것이다. 그런 거짓된 마음, 뭔가를 바라는 심정은 분명 상대에게도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부담이 갈 만한 친절, 예를 들어 자기 일을 내팽개친 채 하는 노력봉사나 어울리지 않는 비싼 선물도 보통은 진실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정말로 상대를 위한다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할 텐데, 그런 배려가 없는 맹목적이고 지나친 친절은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돌쇠의 순정은 이용당하기도 딱 좋다. 상대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사람이라면 이런 막무가내 친절공세는 마다하겠지만, 생각이 부족하거나 정말로 못된 사람이라면 당신의 불안과 초조를 적극 이용해서 한없이 퍼갈 수도 있다. 그것도 조금만 더 해주면 정말 당신의 것이 되어주겠다는 미끼를 눈앞에 흔들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로 사귄다고 치자. 친절을 대가로 상대가 죄책감에 못이겨 사귀어주든, 아니면 이용 가치가 충분하니까 사귀든. 그런데 정말 그러고 싶은가? 돌쇠가 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자존심이 없는가? 정말 그렇다면 당신의 문제는 연애가 아니라 자존감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부터 하라. 혼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연애를 해도 행복하지 않다. 연애 속에 구원이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자신의 삶과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 한 아무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조차 당신을 구원할 수 없다.
5. 원망의 달인: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화내고 자학하기
짝사랑은 보통 실패한다. 연애도 대부분 언젠가는 끝나는데 하물며 짝사랑이겠는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대를 좋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고백을 미룬 채, 그렇다고 마음을 접지도 못한 채 혼자 소설 쓰고, 막연히 주변을 맴돌고, 홀리는 기술 없나 두리번거리고, 무작정 친절을 쏟아붓는 것도 다 마음을 정리하거나 거절당하는 그 고통을 피해보려는 몸부림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더 큰 고통을 얻는다는 것이 얄궂은 현실이지만.
짝사랑이 실패했을 때 자신 혹은 상대에게, 혹은 둘 다에게 화내고 원망하는 반응 역시 짝사랑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몸짓이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고통을 회피하려고 내가 잘생겼으면, 예뻤으면, 학벌이 좋았으면, 집이 잘 살았으면, 직장이 좋았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왜이렇게 못났을까, 왜이렇게 매번 실패할까 하고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마음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어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당연한 현실에 대면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언제까지였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 맞는지 알아보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 학습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수많은 미래의 문 하나가 닫혔다는 뜻이며, 하나의 가능성이 죽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거절한 상대방 역시 지금이라도, 혹은 나중에라도 돌아보고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같은 것은 벌써 잊어버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모든 죽음이 그렇듯 짝사랑의 죽음도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나 짝사랑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연애는 둘다 마음이 맞아야 할 수 있으며, 자유롭고 기쁜 마음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그 사람이 거절했다면, 혹은 고백을 안해서 끝내 모른 채 다른 사람을 사귄다면, 그 사람은 어차피 아닌 것이다. 고백을 거절했다면 당신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아닌 것이고, 고백을 안해서 몰랐다면 당신의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에 아닌 것이다. 물론 가슴은 아프다. 아파하면 된다. 그리고 아픈 만큼 자신을 아끼고, 아프면 아픈 대로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면 된다.
그러나 부디, 그 아픔을 부정하려고 그 사람이나 자신의 탓으로 만들지는 말라. 누구든지 자기애와 자존감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자기가 맡아야 할 자존감을 상대에게 억지로 떠넘기고서는 자신의 감정과 낮은 자존감을 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무책임일 뿐이다. 결국 또 다시 자기 자존감의 도구로, 객체로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며,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연애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당신의 근본적인 존엄성이 없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좋아하지 않으면 낮아지는 식으로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은,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신성한 책임은 누구든지 온전히 자신만의 몫이다.
물론 자신이 귀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괴로운 마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 친구와 가족과 선배들에게 위로를 구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을 해서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그만큼 건강해진다. 크고작은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좋다.
누구든지 소중한 삶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연애감정이라고 이 근본적인 책임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다. 짝사랑에 실패해서 아프다면 자신이 소중한 만큼 그 아픔조차 소중히 끌어안고, 그만큼 강해져라. 타인과 자신에 대한 파괴적인 분노는 잠시 듣는 진통제일 뿐 치료약이 아니다.
엄청난 매력남/녀, 엄청난 행운아, 혹은 엄청난 목석이 아닌 이상 누구든 살아가면서 짝사랑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 시간을 용기와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괴로움과 시간 낭비로 보낼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몫이다. 물론 삽질 좀 한다고 큰일날 건 없다. 다만 그것이 시간 낭비라는 것은 똑똑히 알고, 비생산적인 괴로움에 자신을 좀먹는 것을 그만두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 그 성장의 여정이 어디로 이어질지, 기대에 가슴이 부풀지 않는가? 소중한 자신과 끝없이 대면하고, 불완전하고 아파하면서도 진정 자신다운 삶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는 그 거대한 사랑의 길이...
참고자료:
닥터엘 연애상담소: 짝사랑 - 연애상담의 절대강자 닥터엘 상담소의 '짝사랑' 태그이다. 가끔 가서 글 볼 때마다 정말 인생 공부 많이 한다.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적은 내용도 엘님의 상담내용을 참고한 것이 많다. 짝사랑 얘기뿐만 아니라 사이트 전체에 정말 주옥같은 글이 많으니 비단 연애문제가 아니라도 마음이 답답할 때 한 번씩 볼 만하다.
좋아하는 그녀 (혹은 그)를 공략하는 방법 - 짝사랑 공략글. 삽질을 하기 싫다면 참조하기 바란다.
분류없음
2010/12/26 19:0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