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당신이 몰랐던 오즈의 마녀들 이야기 (2막)
오즈의 서쪽 마녀 이야기를 재구성한 뮤지컬 위키드 2막은 위키드 1막에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마법사의 성에서 탈출한 지 몇 년이 흐른 시점에 시작한다.

오즈의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서쪽의 마녀가 얼마나 사악하고 무서운지 오즈 시민들에게 겁을 주며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글린다는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착한 마녀로서 안심시키고, 피예로는 엘파바를 찾으려고 마법사의 경비대장이 된다. 신출귀몰하며 마법사에 저항하는 서쪽 마녀에 대해서는 온갖 소문이 떠돌 뿐 행방은 묘연하다.
피예로에 대해 애만 태우던 글린다는 축제에서 피예로와 자신의 약혼 '소식'을 공표하며 그를 함정에 빠뜨린다. (비디오 2분 35초 정도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표정이 일품..ㆅ) 멍해있던 그는 시민들이 주고받는 엘파바에 대한 왜곡과 헛소문에 황당해하며 글린다에게 어떻게 저런 소리를 듣고만 있느냐고 따져묻는다. 함께 떠나자는 그에게 글린다는 자신도 마음이 아프지만 사람들이 의지하는 입장이라 갈 수 없다고 하고, 그는 인기를 버릴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한다.
글린다는 네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엘파바를 찾았는데도 찾을 수 없는 것은 그녀의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우리 인생을 살아야지 않겠느냐고 애원한다. 피예로는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결혼하자고 한다. 글린다는 명성과 인기, 신분상승과 사랑하는 남자와의 약혼 모든 꿈을 이루었는데도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시민들 앞에서 필사적으로 웃는다.
엘파바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먼치킨랜드 주지사가 된 동생 네사를 찾아가 며칠 숨겨달라고 부탁하지만, 네사는 도망자를 숨겨줄 수는 없다며 거절하고 언니에게 모르는 동물을 도와주는 것은 그렇게 열심이면서 동생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생각하던 엘파바는 네사가 아버지에게 받은 신발에 주문을 걸어 걸을 수 있게 해준다. 억지로 네사의 곁에 붙잡혀 지낸 보크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한다. 그는 이제 내가 필요없겠다며, 글린다가 피예로와 결혼하기 전에 달려가서 진심을 전해야겠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네사는 나를 떠나게 둘 것 같느냐며 엘파바의 마법서에 있는 주문을 외우는데, 주문이 잘못되어 보크의 심장이 줄어든다. 죽어가는 보크를 살려달라고 네사가 애원하자 엘파바는 주문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보크의 몸을 심장 없이도 살 수 있는 양철로 바꾼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절규하는 보크에게 네사는 엘파바의 짓이라며 언니를 원망한다. 엘파바는 쓰린 가슴을 안고 마법사의 성으로 떠난다.
자신이 변이시킨 날개달린 원숭이들을 구하러 성에 침입한 엘파바는 마법사에게 들키는데, 마법사는 반가워하며 엘파바를 오히려 위로한다. 엘파바는 지친 마음을 털어놓으며 당신이 정말로 놀라운 마법사라고 믿을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한다. 마법사는 그건 다 생각에 달린 거라며, 중요한 것은 실체가 아닌 이미지라고 한다. (1막의 Popular가 떠오른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겠지?) 속죄하는 악인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도 없다며, 돌아와서 힘을 보태주면 더 이상 도망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설득한다.
유혹을 느낀 엘파바는 원숭이들을 풀어주면 그러겠다고 하고, 마법사는 기꺼이 그렇게 한다. 그 와중에 엘파바는 갖혀있는 딜라몬드 박사와 우연히 재회한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채 보통 염소가 된 은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죽을 때까지 마법사와 싸우겠다고 맹세한다.
마법사가 경비를 부르자 경비대를 이끌고 들이닥친 피예로는 마녀를 녹일 물을 가져오라며 부하들을 내보내고는 총부리를 마법사에게 돌린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글린다는 엘파바를와 반갑게 재회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마법사에게 총을 겨눈 피예로에게 무슨 짓이냐고 따진다. 피예로는 엘파바와 함께 떠나겠다고 한다. (비디오 7:50 경인데, 관객이 박수치는 게 재밌다 ㅋㅋ) 글린다는 그동안 계속 나 몰래 둘이 그런 사이였느냐고 하고, 엘파바는 부인하지만 피예로는 맞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함께 탈출한다.
망연자실한 글린다에게 마법사는 마시고 마음을 달래라고 녹색 병을 권하지만, 글린다는 거절한다. 뒤늦게 도착한 마담 모리블과 마법사는 엘파바를 어떻게 굴복시킬까 궁리한다. 화가 나고 슬픈 마음으로 글린다는 엘파바의 동생을 이용하라며, 네사가 위험하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엘파바는 바로 달려올 것이라고 하고는 머리가 아프다며 쉬러 간다.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좋은 생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엘파바만큼 똑똑한 상대에게는 소문은 소용 없을 것이라고 한다. 마담 모리블은 회오리바람을 부르는데...
As Long As You're Mine (함께하는 순간)
(As Long As You're Mine 가사와 해석)
숲으로 도망친 엘파바와 피예로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대목인데, 가사나 배우들의 연기에 묻어나는 안타까운 마음과 욕망이 일품이다. 가사나 배우들의 동작을 보면 섹스에 대한 암시가 있지만 실제 무대에 올린 것은 노출이나 외설 없이 사뭇 건전한 게 재밌다. 성애를 고상하고 은근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곡 연출은 그 점에 성공한 것 같다.
피예로와 정을 나눈 엘파바는 동생이 위험에 처한 것을 느낀다. 달려가려는 그녀에게 피예로는 동생을 구하고 나면 키아모 코에 있는 자기 성으로 피해있으라고 한다. 두 사람은 재회를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진다.
(No Good Deed 가사와 해석)
동쪽의 사악한 마녀라고 불린 네사로즈가 회오리바람에 날려온 집에 깔려 죽은 후, 글린다는 네사의 신발을 회오리에 날려온 소녀 도로시에게 신겨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 도시로 보낸다. 그들을 보낸 글린다는 네사의 무덤에 꽃을 바치며 학우의 죽음을 슬퍼한다. 이때 엘파바가 도착해 동생의 유품인 신발조차 나한테 남겨줄 수 없었느냐며 글린다를 원망하고, 동생의 무덤 앞에서 용서를 빈다. 두 사람은 피예로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고, 육탄전까지 간 순간 경비대가 달려와 엘파바를 붙잡는다.
이때 피예로가 들이닥쳐 글린다를 인질로 잡고 엘파바를 놓아주게 한다. 피예로의 마음을 의심할 여지 없이 확인한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도망치라고 하고, 글린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비대는 피예로를 옥수수밭으로 끌고가 엘파바의 행방을 물으며 고문한다.
한편 키아모 코 성으로 탈출한 엘파바는 피예로가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온갖 주문을 외우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절망에 빠진다. 자신 때문에 죽고 다친, 지킬 수 없었던 사람들--동생과 스승, 그리고 누구보다 피예로를 절규해 부르며 엘파바는 다시는 좋은 일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런 엘파바의 절망을 그린 No Good Deed Goes Unpunished는 이 뮤지컬 최고 명곡 중 하나이다. 특히 에덴 에스피노사 (Eden Espinosa)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성량, 그리고 표현력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억압받는 이들을 도우려고 출세도 명성도 마다하고 온 나라의 비난과 매도를 감내했건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파멸일 뿐이라니 누구라도 미칠 지경일 거다. 자신을 지탱해온 신념과 투쟁하며 보낸 세월, 자신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시간은 영혼의 작은 죽음과 같다.
1막에서 Defying Gravity (비상) 때도 얘기했던 것이지만 이 곡에서도 흔한 표현, 이 경우 속담을 활용한 재치가 돋보인다. 엘파바가 부르는 No good deed goes unpunished라는 가사는 좋은 일을 하면 오히려 벌을 받는다는 역설적인 경구로, 우리말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도 내놓으라고 한다는 속담이 비슷하다. 나중에 My road of good intentions/ Led where such roads always lead라는 대목은 '지옥으로 가는 길에는 좋은 의도가 깔려있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라는 속담에서 따온 것이다. 즉,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지옥이 된 것을 통탄하는 심정인 것이다.
사실 좋은 의도로 나름 좋은 일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일은 허다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에 좋은 의도가 널려있다는 속담도 그래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정의는 있기에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운 거다. 학살자도, 독재자도, 사기꾼도 누구나 의도는 좋을 수 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학살자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정의의 사도일 수도 있다. 복잡하게 엉킨 도덕적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은 녹색 피부의 마녀만이 던질 질문은 아닌 것이다.
오즈 시민들은 마침내 마녀를 죽이려고 키아모 코로 진군하고, 양철나뭇꾼 보크가 그 선두에 선다. 글린다는 마담 모리블에게 폭도를 막아야 한다며, 당신이 네사를 죽인 회오리를 불렀느냐고 추궁하지만 마담 모리블은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느냐며 입 닥치라고 일축한다. 글린다는 도로시를 가둬놓은 엘파바에게 달려가 폭도가 오니까 도로시를 놓아주고 피하라고 경고를 해준다. 그러나 엘파바는 오히려 글린다에게 몸을 피하라고 한다.
글린다는 너에 대한 진실을 모두에게 알릴 테니 같이 나가자고 한다. 엘파바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고 너까지 파멸할 거라며 거부한다. 날 구명하는 짓은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아낸 엘파바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오즈를 위해 글린다가 대신 해달라며 마법서 그리머리를 글린다에게 건넨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직감한 두 사람은 우정을 확인하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For Good 가사와 해석)
서로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털어놓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심정이 부드러운 곡과 서정적인 가사를 통해 전해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수 년 전에 헤어졌을 때에는 엘파바는 감정적인 이상주의자였고, 글린다는 냉철한 실리주의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을 덮어버리고 글린다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엘파바와 자신이 파멸하더라도 친구의 진실을 알리겠다는 글린다가 맞서고 있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알았기에, 엘파바는 글린다를 알았기에 그들은 각자 변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비록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정을 얻은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아는 진실은 변함 없기에.
여기서도 다시 흔한 표현을 비튼 가사가 돋보인다. For good이라는 표현은 보통 '영영'이라는 뜻인데, 단어의 뜻만을 따지면 '선하게'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점을 이용해서 '영영 달라졌다'는 의미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다'는 중의를 사용하고 있다. 번역하기는 참으로 애매한 부분이라 해석 가사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어차피 널 만나서 일어난 변화는 좋은 일이었다고 글린다와 엘파바가 노래하고 있기도 하고.
폭도가 키아모 코를 덮치자 엘파바는 글린다를 숨기고, 글린다는 도로시가 끼얹은 물에 엘파바가 녹는 모습을 휘장에 비친 윤곽으로 목격한다. 모두가 마녀의 죽음을 축하하며 사라진 후 글린다는 자신이 오래전에 주었던 엘파바의 뽀족모자를 안고 통곡한다. 이때 엘파바의 날개달린 원숭이 친구 치스터리가 녹색 병을 하나 건네주자 글린다는 어떤 깨달음을 얻고 마법사를 찾아간다.
에메랄드 도시에 있는 마법사의 성에서 글린다는 엘파바가 학창시절에 보여주었던 엘파바 어머니의 유품을 마법사에게 보인다. 이것과 똑같은 병을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며. 당신이 나에게 마시라고 권한 병이었다고... 엘파바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법사는 충격에 주저앉고, 글린다는 공식적으로는 당신이 마법사의 중책에 지쳐서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할 테니 마법사에게 오즈에서 떠나라고 한다. 이제 오즈의 권력이 글린다 수중에 떨어진 것을 깨달은 마담 모리블은 글린다에게 잘 보여보려고 하지만, 글린다는 그녀를 체포해 가두어 버린다.
마녀의 죽음을 오즈 시민들이 기뻐하는 동안, 엘파바의 주문으로 죽지 않는 허수아비가 된 피예로가 키아모 코 성의 뚜껑문을 열고 그 속에 숨어있던 엘파바를 꺼내준다. 물에 녹는다는 헛소문을 이용해 엘파바는 죽음을 가장했던 것이다. 엘파바의 주문 덕에 목숨을 건졌다는 피예로에게 엘파바는 여전히 당신은 내게 멋지다고 한다. 함께 도망치며 엘파바는 글린다에게라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만, 피예로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두 연인이 조용히 오즈를 떠나는 그 시간에 글린다는 오즈 시민들을 안심시킨다. 무서운 시간을 겪었지만 이제 자신이 돕고 싶다며 그녀는 엘파바가 준 마법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무거운 짐을 남기고 간 친구의 기억이 생생한 만큼 힘을 다해 오즈에 헌신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그녀는 시민들에게 있는 힘껏 웃음을 지어준다. 두 친구는 너를 알았기에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뇌이며 각자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세상에는 떠받들리고 사랑받고 갖출 것은 다 갖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상하고 남달라서 두려움과 미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화려한 인생에는 화려한 대로, 어둠에 묻힌 삶에는 또 그런 대로 각자 애환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소문과 왜곡이 곧 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르지만, 알아주지 않더라도 또 다른 진실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이란 안전과 편의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으며, 사악함의 이면에 숨은 얼굴은 자신과 세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그저 불완전한 한 인간의 처연한 초상일 수도 있다는... 선과 악이 불분명하고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결국 마지막 하나 남는 진실은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마음 그 한 가지 아닐까. 그것이 내게는 오즈의 마녀들 이야기, 위키드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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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곡해석까지 명쾌하게 해주셔서 너무 잘 보고 갑니다.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