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Fate라는 게임에 푹 빠져있다. Fate: Stay Night이 아니라 괴물 잡고 아이템 먹고 레벨 올리는 3D 던젼탐사물이다. 플레이나 인터페이스는 MMORPG 분위기인데, 1인용이라는 점이 다르다. 던젼 옆에 있는 마을과 던젼을 오가며 애완동물을 데리고 퀘스트 해결하고 레벨 올리는 얘기. 마을도 하나, 던젼도 딱 하나고 (대신 수십 층짜리 던젼), 42층인가에 마왕인가 뭔가 있다는 얘기 정도 말고는 스토리랄 것도 없다. 레벨업과 물품을 통해 강해지는 게 사실상 플레이의 전부이다.

로키의 캐릭터 린과 애견 티엔
스토리의 깊이나 캐릭터성 같은 고려 없이 오직 던젼 탐사의 게임적 재미만을 남긴 페이트는 그만큼 이 장르의 정통적인 재미에 군더더기 없이 충실하다. 그건 제작 수고를 아끼는 선택이기도 한 것 같다. 거대한 세계를 3D로 만들어내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게임의 진짜 핵심인 던젼과 물품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던젼 맵과 몬스터, 물품은 무작위로 나오고.
캐릭터는 클래스가 없고,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특성치와 기능에 분배할 수 있는 점수가 나온다. 이런 면에서는 마비노기하고 좀 비슷하려나. 애완동물이나 소환수를 치지 않는다면 일행이 없는 만큼 클래스에 따라 무기나 마법의 제약을 받으면 모험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 어떤 능력이든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전술적 자유도 재미가 쏠쏠하다. 내 캐릭터 예를 들자면 치유와 소환마법을 좀 쓰는 궁수라든가.
그렇다고 제약이 없지는 않은 게, 레벨마다 받는 성장 점수에 제한이 있으니까 한쪽 능력을 키우면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갑옷에 클래스 제한은 없지만 갑옷이나 근거리 무기에는 힘 제한이 붙고, 로브나 마법사 모자에는 마법 제한이 붙으니까 상대적으로 마법 중심으로 키운 캐릭터는 로브와 모자, 지팡이 차림, 힘 중심으로 키웠으면 중갑옷과 헬멧, 무거운 무기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재미있다.
경험치와 레벨 외에 퀘스트를 해결하거나 유명한 몹 (이름이 있는 녀석들이 가끔 있다)을 잡으면 오르는 명성치와 명성 레벨이 있어서, 명성 레벨이 오를 때마다 기능 점수가 추가로 나온다. 그에 따라 이름에 붙는 칭호도 달라진다. '무명의 린'에서 '마을의 영웅 린' 하는 식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밌다. 엘리트 물품은 특정 명성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존경받는' 이상이어야 한다든지.
동료가 없는 페이트의 게임 시스템에서 유일한 동료는 (가끔 부르는 소환수 외에는) 애완동물이다. 개나 고양이로 시작할 수 있는 이들 동물은 중요한 물품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같이 싸우는 건 기본이고 (궁수를 키우는 로키는 애완동물이나 소환수가 적과 싸우는 동안 동안 활로 공격하는 걸 선호한다), 애완동물도 따로 물품 창이 있어서 추가 저장 공간이 될 뿐 아니라 던젼에 있는 동안 애완동물을 마을로 보내서 장착하지 않은 물품을 다 팔고 오라고 할 수도 있다. 던젼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계속 돈을 벌고 전리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
애완동물의 또 다른 재미로는 역시 변신을 빼놓을 수 없겠지. 페이트에는 마을과 던젼 여기저기 낚시를 할 곳이 있는데 (용암 구덩이에는 대체 어찌 물고기가 사는 건지 몰라도), 여기서 낚은 물고기를 먹이면 종류별로 애완동물이 더 강한 몬스터로 변한다. 5분 동안 바실리스크가 된다든지, 2분 동안 가고일이 된다든지 하는 식. 그 외에 드물게 애완동물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바꾸는 물고기도 있다.

티엔은 원래 개였다
던젼 탐사물의 중요한 재미라면 마법 물품을 사고 획득하는 것일 텐데, 이쪽에서도 페이트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꽤 만족스럽다. 일단 궁수로 키우기로 마음을 먹은 이래 던젼에서 마을로 나올 때마다 좋은 활 없나 가게마다 기웃거리게 되고, 마법이나 보석으로 장비를 자신에게 맞춰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궁수 린을 키우면서 주요 고민은 민첩성을 키우다 보니 힘은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중장갑을입기 어렵고, 그래서 적이 바로 달려들어 때리면 HP 소모가 많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래저래 실험하면서 나름 짜본 해결책이 '밀어내기 빠른 연사.' 페이트에는 무기에 따라 공격 속도가 다른데, 파괴력이 큰 석궁은 대체로 느리고 피해가 적은 단궁은 빠른 편. 하지만 피해가 중간 정도인 장궁 중에도 속도가 Fast인 것이 가끔 비싼 값으로 나오는 게 있어서 괜찮아 보이는 건 일단 사들였다. 그리고 보석 중 공격 속도를 높이는 비취와 적을 맞추면 밀어내는 흑요석을 주렁주렁 다니까 빠른 연사를 하면서 적을 밀어낼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근접공격에 의존하는 적은 열심히 달려들어도 계속 활에 밀려나다가 연타로 맞고 쓰러진다는 얘기. 물론 여전히 다구리에는 장사 없으니 적이 많으면 소환수 부르거나, 죽어라 도망치면서 가끔 뒤돌아보며 사격하거나 한다.

활 맞고 밀려나는 뱀파이어. 우하하하!
결국 페이트의 중독성은 캐릭터를 키워서 전투를 하고 물품을 모으며 강해지는 던젼 탐사물의 재미를 극대화한 데서 나오는 것 같다. 확실한 초점 외에 직관적이고 쉬운 게임플레이, 좋은 그래픽과 사운드도 재미를 이끌어내는 요소고. 좀 아쉬운 점이라면 줌인은 되는데 카메라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다는 점 정도? 돌릴 수는 있는데 화살표 키를 누른 동안만 90도 돌아가고, 키를 놓으면 원래 각도로 돌아온다.
하나 눈에 띄는 점이라면 장비 모습의 실용성. 페이트의 방어구와 무기는 정말로 제기능을 다하게 생겼고, 여자 캐릭터라고 해서 똑같은 옷이 다리를 훤히 내보이는 나풀나풀한 옷이 되지도 않는다. (내가 마비노기 하던 당시 짜증났던 이유 중 하나.) 어중간하게 성을 팔려고 들지 않아서 더욱 초점이 확실하다는 생각.
참고로 제목인 페이트는 이 세계의 운명의 화신쯤인 것 같다. 무슨 사신처럼 생긴 후드 입은 아저씨 동상이 '페이트 동상'이라고 해서 던젼 여기저기에 보이고, 전투하다 죽으면 페이트가 나타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돈과 경험치를 대가로 바로 살아날 것인지, 돈은 여기 두고 던젼 3층 위로 갈 것인지 등 선택을 제시한다. 페이트는 게임 내 세이브와 로드가 없고, 종료하면 곧 세이브가 되는 만큼 더욱 모든 행동은 그 결과가 확실하다. 그래서 게임 내 자주 나오는 멘트마냥... 운명을 시험해볼 텐가, 여행자여?

빨간 불꽃 줄까 파란 불꽃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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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근처에서 시작하는 럭키한 케이스 아니면 인플루엔자는 인류 멸망 시키기 어려우니 안심하자구요. [...]
바다 건너에서 사망자가 나온 마당에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뭣하긴 하지만, 돼지 인플루엔자는 하다못해 조류 인플루엔자보다는 전염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퍼진 게 이쪽까지 건너올 가능성도 낮고, 아직까진 안심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돼지와 접촉이 없어도 퍼질 수 있는 독감이라는 점이 무서운 듯. 미국에도 퍼진 이상은 여행자 하나에서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거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재채기 하나가 열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있고. 물론 전염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는 철저한 검역을 받겠지만, 어쨌든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조심 또 조심해야.
스티븐 킹의 (또 시작이군) Stand 란 책 보면 바이러스로 인류 멸망... 이라는 이야기 엄청 실감난다규...
나 돼지 독감이라 그러길래 누가 장난치는건줄 알았다.
장난 아니란거 알았을때의 공포감이란 (부르르) 스탠드에서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과정을 아주 담담하게
장난기 섞어 서술해놨는데 그 문장들이 좌르륵 떠오르더군. 줸장.
킹이 그런 소설도 썼구나! 언젠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쪽에서는 생화학무기였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인플루엔자였다는 점이 섬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