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갔다왔다~ 내주에 또 서울간다~ (...)
오늘 만난 의사는 수술이 낫지 않겠냐고 권하긴 했는데, 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할 사정이 안 되고 졸업 후의 일. 일단은 방사능 치료를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이걸로 몇 번째냐... 혹시 기록 아닐까 몰라. 묘하게도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 되는대로 되겠지.
거의 지난 일주일을 망칠 정도로 불안해한 끝에 내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나머지 남 탓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 마음을 불안하게 옥죄는 건 누구도 아닌 나다.. 오늘 아빠랑 얘기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치료가 이상할 정도로 안 통하는 것도 내가 마음을 편하게 못 먹는 것하고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스트레스성 병인데 마음이 늘 불편해서야 잘 낫겠어?
그래서 오늘부터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한다. 하는 데까지 하고 나머지는 내 제어 범위가 아니라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마치 내가 걱정하면 뭔가 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 건강을 낭비하지 않기.
그런 의미에서 역시 생각만 하고 계속 미루던 일, 안경 맞추기를 과감히 저질렀다. 안경점은 병원 다음으로 내가 두려워하는 곳인데, 요즘 보이는 게 많이 뿌얘졌는데도 시력 검사하기가 겁나서 미루고 미뤘었거든. 지하철 역에서 나오다가 (대전에서 지하철 처음 타봤는데, 토큰형 표가 너무 귀여웠어~♡ 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구겨지지도 않고) 보니까 안경점이 있더라. 안내문을 읽어보니 성의껏 하는 곳 같아서 슥 들어갔다. 돈도 현금밖에 없으면서 겁도 없이 말이지.
결과는? 좀 눈이 나빠지긴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안경의 좌우 균형이 안 맞는 점이었단다. 가게에서 받은 인상이 틀리지 않아서 이 사람, 굉장히 실력도 있고 열정도 있더라. (안경은 내 인생? (...))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많은 게 좀 흠이지만 덕분에 굉장히 많이 배웠다. (아마 나처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은 잘 못 만났을 것 같기도 하다. 나야 시간도 한가하고 호기심도 많아서 경청 하나는 거의 챔피언급이니까. 너무 길어지거나 같은 얘기가 자꾸 나오면 적당히 끊기도 했지만, 말 많은 사람의 특징은 좀 끊어도 불쾌해하지 않는다는 것.) 근시는 보통 성장기가 끝나면서 진행이 멈추고, 시야가 자꾸 뿌얘지는 건 난시 때문이라고 한다. 또 난시는 스트레스에 따라서도 정도가 달라진다네. 어쩐지 요 며칠 시력이 정말 최악이라서 눈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겁났는데, 오늘은 한결 낫다.
테를 고를 때도 손님은 검은 테가 좋겠다는 얘기에서 시작해서 값은 똑같은 테 가지고 각각의 장단점과 인상을 정확히 설명하며 추천을 해주는데, 그런 태도도, 또 고른 테도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그게 바로 전문인이라는 것 아닌가.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상대보다 정확하게, 앞서서 아는 사람. 동네 안경점 아저씨에게 전문인의 향기를 느꼈다? (...) 내가 가는 미용사도 비슷하다. 내가 스타일에 감 없는 거 잘 아니까 알아서 다 결정하고, 결과는 늘 좋다. 정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의 부담을 짊어지는 게 진정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여러 가지로 기분좋은 만남.
읽는 분들을 위해 오늘 배운 거 몇 가지 전수하면...
- 안경 닦는 수건은 절대 빨아서 쓰지 말고, 2~3개월 쓰고 나면 갈아주는 게 좋다고 한다. 안경 닦는 수건을 쓰면 렌즈에 흠집이 안 나는 건 수건 자체에 기름기가 들어갔기 때문인데, 이걸 빨거나 너무 오래 쓰면 올이 올라와서 흠집이 나게 된다.
- 라식 수술 하지 마시길. 얘기만 들어도 끔찍하다. 각막이 얇아져서 누수니 안압이니 뭐니 하는 자세한 얘기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어쨌든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고 장기적으로 나오는 효과들도 너무 안 좋은 게 많다. 안구 돌출, 거대 각막증 등등. 시술받은 사람들이 노안이 오면서 예후가 어떻게 될지도 지켜봐야 하고, 어쨌든 할 게 못 된다. 새로운 기술인 라섹이니 하는 건 이런 점을 좀 보완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진짜 돈 있고 물정 아는 사람들은 그런 거 안 한다. 주치의가 그런거 저런거 다 알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빌 게이츠가 돈 없어서 안경 쓰고 다니나? 없는 사람들은 없어서 못 하고, 오직 중산층만 한다고 한다. 제아무리 눈이 나빠도 로키만큼 나쁜 사람 별로 없을 텐데, 안경 끼고 0.8~0.9 정도의 시력으로 현대 도시 생활에 아무 지장 없다. 대체 뭐하러 하는 수술인지.
-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책이나 컴 오래 보면 눈에 안 좋다. 눈 근육이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때문. 그렇다고 한 시간 하고 10분 쉬는 건 현실성이 없지만, 잠깐씩만 눈이 이완할 시간을 줘도 훨씬 낫다고 한다. 한두 시간 했으면 일어나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는 정도. 로키도 안구 건조증이 살짝 있다는데 (안구 돌출인데 살짝이면 양반이지), 물 충분히 마셔주란다.
뭐 이제 논문도 막바지고--정확히는 지겨워서 더는 못 보겠다--대충대충 안정되는 느낌.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이게 오늘부터 나의 신조다.
2007/06/22 17:40
2007/06/22 17:40
Posted by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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