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예습의 경지, 졸업 논문, 투덜투덜

요새 한 이틀은 틈틈이 게시판 하나 새로 설치하는 데 푹 빠져있었다. 바닐라 (Vanilla) 게시판인데, Story  Games에서 쓰는 거 보고서는 맘에 들어서 설치해봤다. PHPBB는 전에 깔다가 뭔가 대폭 오류가 나서 실패했었고, 제로보드는 기술적으로 안정되었지만 안정적으로 거지같다는 게 안습. 새로 뭔가 설치할 때는 늘 그렇듯이(...) 바닐라도 한 번쯤은 다시 설치해야 했지만, 그래도 태터툴즈나 도쿠위키보다는 시행착오가 적었다.

코어가 비교적 빈약해서 기능확장 (플러그인)을 꽤 설치해야 쓸만하고, 기능확장 사이에 충돌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은 좀 귀찮지만, 그래도 상당한 개발 공동체가 자라났고 무엇보다 쓸만한 기능과 확장성이 돋보인다. RSS, 안 읽은 글 표시, 미리보기, 개별 스킨 기능, 사용자 계정에 글 남기기 등등... 열거한 게 대부분 기능 확장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확장을 지원하는 건 그만큼 코어 디자인이 잘 됐다는 뜻이겠지.

바닐라 스크린샷

새로 설치한 게시판 (개별 스킨 적용)


요즘 보면 정말 쓸만한 웹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좀 부지런하고 아는 게 있어야 제대로 쓰고 (도쿠위키, 바닐라), 별거 없는 소프트웨어는 바로 설치해서 쓸 수 있지만 대신 쓰다 보면 그 제약성에 금방 싫증나는 것 같다 (제로보드). 태터툴즈/텍스트큐브는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만 설치도 비교적 쉬운 소프트웨어에 속하고. 도쿠위키와 바닐라는 플러그인 깔고 이것저것 정말 열심히 고쳐대고서야 비로소 나한테 딱 맞게 만들 수 있었는데 (바닐라도 내 마음에 쏙 들려면 아직 작업할 게 꽤 있다), 태터툴즈와 텍스트큐브는 코어에도 기능이 많고 중요한 플러그인은 아예 설치 파일에 같이 챙겨준다는 점에서 많이 친절하지.

노는 건 그렇다 치고, 공부 면에서는 요즘 예습의 도를 깨달아가고 있달까..(...) 어제 ADR (대체 분쟁 해결) 수업에는 60쪽을 한 시간 이내에 읽어갔고, 오늘도 60쪽을 읽어야 하는데 뭐 문제없을 것 같다. ADR 교과서는 법학 이론서하고는 달라서 문단 첫 문장만 봐도 대충 내용 파악이 되는 꽁수다. 내일 수업이 있는 무력 사용과 분쟁 해소 국제법 세미나도 수십 쪽 읽어가야 하는데 내일은 또 새벽같이 나가봐야 해서 일찍 자야 한다. 우리 학교 ADR 팀에 뽑혀서 조정 대회에 나가게 됐거든. 그것까진 좋은데 무슨 연습시간이 아침 7시냐..ㅡㅡ++ 9시까지 한다는데 난 9시 수업이라 또 30분쯤 일찍 나가야 한다. 너무 이르니까 좀 늦게 잡자고, 그리고 난 수요일하고 금요일만 빼고 오전은 다 괜찮다고 애걸(?)했는데 연습 도와주는 교수가 그때밖에 시간이 안 되는 모양이다. (원망할 테다..(..)) 오늘 밤에 되는 데까지 읽고 지하철에서도 열나게 읽어야겠군. 국제법은 워낙에 관심 분야라 뭐 싫지만은 않지만.

국제법 세미나는 졸업 논문을 쓰기로 한 과목인데, 이것도 생각하면 또 스트레스네. 취업이 제일 급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공부도 안 할 수 없고, 특히 논문은 나중에 경력에도 영향이 클 수 있으니까 게을리할 수 없다. 게다가 취업 갖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보다는 공부가 재밌단 말야..;ㅁ; 공부보다는 RPG가 재밌고...(퍽) 에휴.. 조정 대회에서도 잘해야 할 텐데. 설마 내가 잘못해서 성적이 안 좋기라도 하면 무슨 망신이야..흑흑. 이러는 동안 RPG 기록 정리는 점점 밀려만 가는군. 아악 누가 나 취직 좀 시켜줘..(..)

불평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잔뜩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나날이다. 적당한 불안은 생활에 활기를 주니까. 스트레스 (stress)란 우리말로는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기 쉽지만, 사실 그 원래 의미를 생각하면 물리 법칙에서 나온 얘기다. 즉 사물에 가해지는 압력인 거다. 마찬가지로 삶은 필연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압박을 가하게 마련이고, 그건 당연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하면 건강한 현상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날 긴장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날카롭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 언제나 관건은 적정한 수준 유지겠지만. 적당히 바쁘고 생각하는 게 많은 지금, 내 생활에는 하루가 반짝이는 즐거움이 있다. 아자!
2007/10/03 00:14 2007/10/03 00:14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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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enosia 2007/10/04 08:56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당한 자극은 생활의 활력소죠 [..]

  2. Wishsong 2007/10/04 15:16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보다 공부가, 공부보다 유희보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우주의 원칙입니다. 쓸데없는 의문을 품지 말고 진리에 복종하세요(...)

    그래도 글로는 마구 투덜거리셔도 무척 즐거워보이시네요. 지금까지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오신 만큼, 분명히 직장 또한 마음에 드는(동시에 무척 힘든??) 일자리를 구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적당한 스트레스(...) 받는 하루 되시길.

  3. 로키 2007/10/05 02:17  수정/삭제  댓글쓰기

    Xenosia// 그런 겁..

    Wishsong// 그것이 우주의 진리였군요! (...) 말씀대로 됐으면 꼭 좋겠습니다. ^^ 역시 적당히 스트레스받는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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