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언 박물관
공짜 박물관들이 집에서 지척이다 보니 심심하면 그중 하나를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산책하는 김에 미국 인디언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에 다시 들렀다. 원래 미대륙의 토착 부족들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특히 미국 인디언 박물관은 그 존재 자체에 담긴 중의 때문에 더욱 흥미가 가는 곳이다. 한편으로는 국가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박물관이 그 국가의 근원적인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분히 승자의 우월감의 산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아마 그런저런 이유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중 설립 순서가 늦었던 것이겠지.
다행히도 박물관은 기획과 설립 과정에서 많은 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고, 그런 참여가 특히 잘 드러나는 부분이 인디언 부족들의 과거 못지않게 현재 모습에도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 사실 주류 문화의 입장에서야 인디언들은 (우리 입장에서야 체로키, 나바호, 셰이엔, 수우, 라코타, 아파치, 코만치, 이로쿼이, 알공퀸, 피마, 세미놀, 치카소 등등등 + 수많은 하위 구분이 잘 눈에 들어올리 없으니) 영원히 자연과 공존할줄 아는 고귀한 야만인의 모습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주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죽여댔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사람들 입장에서야 비극적으로 사라져주는 예의를 지키기란 참 힘든 일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미국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슬프지만 낭만적인 과거라면, 미국 원주민들 자신에게 역사는 편리하게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그들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훔친 유물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원주민들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것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아주 이질적인 집단보다는 비슷한 집단이 더 미워하기 쉽게 마련이다. 또한 세상에 이웃끼리의 증오만한 것도 없게 마련.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과 프랑스, 발칸반도 국가들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러니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언 부족들이 백인들보다 부족끼리의 적대감이 더 큰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나긴 역사속에서 백인은 아주 최근에야 나타난 존재이고, 그 전에 수천년간 자기들끼리 싸운 역사의 무게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당초 첫 추수감사절 때 굶어죽어가던 백인들을 먹여살려준 '친절한 인디언'들은 사실 부족연합간의 대립 속에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행동한 것이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기억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고귀하다는 발상 자체가 숨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해서 난 박물관의 설립 과정에서 인디언 부족들과 연방정부간의 관계 못지않게 인디언 부족간의 역학이 어땠을까 궁금하다.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인들이 나타나기 수천, 수만년 전부터 이미 복잡하고 유동적인 연맹과 적대의 장이었으니까. 인간이 살아온 곳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하지만 그런 숨겨진 속사정들은 외부인으로서는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겠지. 좋든 싫든 역사는 수백개의 서로 다른 부족들을 '인디언'으로 묶었고, 사실상 자신을 그냥 '인디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은데도 (음반이든 잡지든 뭐든 인디언들 자신이 참여한 매체를 한번 보길. 누구 하나 이름 나오면 반드시 어느 부족인지부터 나온다) 그들의 다양성은, 그리고 복잡한 사정들은 밖에서 볼 때면 그 이름표의 획일성에 묻혀 잘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뭐 다 그렇고 그런 거겠지.
다행히도 박물관은 기획과 설립 과정에서 많은 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고, 그런 참여가 특히 잘 드러나는 부분이 인디언 부족들의 과거 못지않게 현재 모습에도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 사실 주류 문화의 입장에서야 인디언들은 (우리 입장에서야 체로키, 나바호, 셰이엔, 수우, 라코타, 아파치, 코만치, 이로쿼이, 알공퀸, 피마, 세미놀, 치카소 등등등 + 수많은 하위 구분이 잘 눈에 들어올리 없으니) 영원히 자연과 공존할줄 아는 고귀한 야만인의 모습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주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죽여댔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사람들 입장에서야 비극적으로 사라져주는 예의를 지키기란 참 힘든 일 아니겠는가. 우리에게 미국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슬프지만 낭만적인 과거라면, 미국 원주민들 자신에게 역사는 편리하게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그들 자신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훔친 유물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원주민들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것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아주 이질적인 집단보다는 비슷한 집단이 더 미워하기 쉽게 마련이다. 또한 세상에 이웃끼리의 증오만한 것도 없게 마련.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과 프랑스, 발칸반도 국가들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러니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언 부족들이 백인들보다 부족끼리의 적대감이 더 큰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나긴 역사속에서 백인은 아주 최근에야 나타난 존재이고, 그 전에 수천년간 자기들끼리 싸운 역사의 무게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당초 첫 추수감사절 때 굶어죽어가던 백인들을 먹여살려준 '친절한 인디언'들은 사실 부족연합간의 대립 속에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행동한 것이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기억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난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고귀하다는 발상 자체가 숨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해서 난 박물관의 설립 과정에서 인디언 부족들과 연방정부간의 관계 못지않게 인디언 부족간의 역학이 어땠을까 궁금하다.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인들이 나타나기 수천, 수만년 전부터 이미 복잡하고 유동적인 연맹과 적대의 장이었으니까. 인간이 살아온 곳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하지만 그런 숨겨진 속사정들은 외부인으로서는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겠지. 좋든 싫든 역사는 수백개의 서로 다른 부족들을 '인디언'으로 묶었고, 사실상 자신을 그냥 '인디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은데도 (음반이든 잡지든 뭐든 인디언들 자신이 참여한 매체를 한번 보길. 누구 하나 이름 나오면 반드시 어느 부족인지부터 나온다) 그들의 다양성은, 그리고 복잡한 사정들은 밖에서 볼 때면 그 이름표의 획일성에 묻혀 잘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뭐 다 그렇고 그런 거겠지.
빅터: 우선 바보같이 웃지좀 마. 인디언은 웃는 게 아니라고. 좀 근엄해져봐. 성깔있어 보이지 않으면 백인들한테 우습게 보이니까 전사처럼 보여야돼. 방금 들소 한마리 잡고 온 것처럼 말야.
토마스: 야, 근데... 우리 부족은 들소 사냥한 적 없잖아? 물고기 잡았지.
빅터: 방금 낚시하고 온 사람처럼 보이고 싶냐? '연어와 함께 춤을' 찍어? 낚시꾼이 무서워 보일 것 같아? 전사처럼 보여야 된다니까. 것봐, 훨씬 낫지. 두번째로, 말수를 줄여. 신비롭게 보여야 한다구. 비밀이 있어 보여야 돼, 알어? 대지하고 대화하는 사람처럼 말야.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거야. 바로 그거야! 그래야 위험해 보이지.
- 영화 Smoke Signals 中
tags :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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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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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갑자기 로키 님 홈피들이 밝은 빛으로 넘쳐나는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
그리고 미국 원주민들끼리의 싸움은 아무래도 에스빠냐 사람들이 말을 들여와서부터 커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냥이 훨씬 쉬워지고 돌아다닐 수 있는 땅의 크기가 커지니까...사냥터를 놓고 서로 부딪치기 시작한 겁니다. 농업을 한 원주민들이야, 농경민들끼리 싸운 건 참 흔한 일이죠.
뭐 그냥 좀 밝게 살아보자! 싶어서..(퍽)
확실히 갈등의 양상은 새로운 기술이나 상황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는군요. 농경을 하는 부족 뿐만 아니라 유목이나 수렵채집을 주로 하는 부족들도 과연 분쟁이 없었을지는 다소 의심스럽지만요. 그쪽도 확장에 대한 욕구와 그에 대한 저항이 있었을 테니... 전면 무력분쟁의 양상은 아니라 해도 계속된 갈등과 연합의 재편성은 있었을 거라고 보는데 말이죠.
뭐 전반적으로 인디언들이 특별히 호전적인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바로 그런 '흔한' 분쟁의 역사에서 인디언들의 예외가 아니었다는 얘기일 뿐이예요. ^^ 고귀한 야만인이 아닌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에, 그걸 생각해서 분쟁이 '커지기' 라고 적었죠. '생기기'가 아니라. ㅎㅎ;; 지적을 피해가려는 직업적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