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건

2010/01/22 22:48  로키 TAG , ,
사람에 따라서는 내가 조건을 안 보고 남자를 사귄다고 할지도 몰라.

내가? 조건을 안 봐? 푸하하하.

조건을 떠나서 사람을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인 게 당연하잖아.

물론 같은 환경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지만,

그리고 환경'만'의 산물은 아무도 없지만,

환경과 타고난 특징, 그리고 선택은 모든 영혼의 삼위일체, 알파이자 오메가지.

(신성모독 지송... 회개할 테니 살려주세요 하느님..ㅠㅠ)

난 조건을 안 보고 무조건 당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당신 조건이 너무 좋으니까 선택한 거야. 조건, 너무나 중요하니까.

우선 가정. 사람이 되어가는 어린시절에 당신을 만든 부모님을 안 볼 수 없지?

솔직히 말하면 당신한테 반하기 전에 당신 어머님께 반한 것 같아.

당신은 강인하고 진취적이신, 정말이지 존경스러운 여성을 보며 자라났지.

그런 분이 어린 당신의 세계였고, 우주였으며, 오늘까지 여성의 원형인 거야.

(마마보이라고 하는 거 아님ㅡㅡ; 모든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런 존재니까.)

그런 당신은 여성을 존중하는 법, 여성에게 귀기울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지.

그거 의외로 그렇게 흔한 기술이 아니거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변명 없이 삶을 온전히 책임지시는 그분의 자세 역시 당신은 어려서부터 배워왔어.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고 꾸준하고, 또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의 방향을, 원하는 삶의 모습을 끝없이 고민하고 생각하지.

삶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의 기대대로 사는 것은 겉보기에는 성공한 삶이지만

사실은 자기 삶에 대한 최악의 직무유기라고 나는 생각해.

당신은 그렇지 않지.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생각하고 계획하고

자신의 열정을, 영혼의 모습을 좇으며 살려는 노력과 고통을 피하지 않아.

그런 책임감은 물론 당신의 선택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선택은 당신이 처한 환경 앞에서 한 것이기도 했지. 모든 선택이 그러니까.

그리고 당신의 가족환경은 당신에게 치열하고 자발적인 삶의 자세를 가르쳤어.

그러니 어떻게 멋진 조건이 아닐 수가 있어?

또 당신의 좋은 조건이라면 어려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삶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아는 당신의 계획과 고민들은

실패의 결과와 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 또 자유로워서도 안 되고.

그래서 당신이 도모하는 것들, 당신이 하려는 시도들은

현실과 유리된 공상이 아닌, 현실의 어려움과 어둠을 직시한 도전이야.

그리고 그 어려운 시간을 빠져나오면서 시련을 극복하는 법,

자기 삶을 책임지는 자세를 지켜보고 배울 수 있었지.

시련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고생을 무릅쓰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아는 조건을 갖춘 남자인데, 탐나지 않을 수 있겠어?

누구든지 말로는 아는 것이지만 이론적인 지식과 체득한 지혜는 비교할 수 없지.

마지막으로 좋은 조건은 당신이 심각하게 회의를 느낄 만한 직장에 다닌다는 거야.

이론과 경험은 다른 법이지. 열정과 유리된 삶이 나쁘다는 건 다들 알지만

그러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잿빛 삶을 살지.

당신은 그런 삶의 모순을 직접 겪으면서 자기다운 삶에 대한 욕망에 박차를 가했고,

열정을 쫓으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지금을 기억하며 더욱 힘을 낼 거야.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기 쉽다는 것을 체득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자기다운 삶의 청사진을 열심히 그리게 된 것이

지금 겪는 힘겨운 시간의 선물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돈 많이 버는 것도, 유명한 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아냐.

자기 영혼의 모양에, 내면의 부름에 맞는 재밌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독립적으로 당당하게 사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야.

당신은 그런 당신다운 성공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어.

그건 부모님 시키는 대로, 돈 벌리는 대로, 남들 부러워하는 대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책임을 유기하고 겉모습에만 목숨 걸고 사는

그런 소위 엘리트 남자들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지.

(물론 엘리트도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 편견은 나쁜 거니까.)

그러니 내가 당신 조건을 안 봤을 리가 없지. 조건 안 보는 게 말이 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본다는 게 헛말이 아니지.

당신의 떡잎이, 당신의 뿌리가, 당신이 자라난 토양이...

당신 조건이 좋으니까 오, 눈뜨고 봐줄 만한 남자로군 하는 거야.

조건이 좋다면 이제 남은 건 삶 앞에서 하는 당신의 선택이겠지.

그리고 당신은 좋은 선택을 할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아.

사람이 늘 그렇듯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겠지만

실패에서 배우고 더욱 성장할 테니까.

어제도 얘기했지만 불안은 결국 자신에 대한 불신이지.

내가 고생을 할 수 있을까,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불안이고 나도 많이 느끼지만, 당신은 잘 극복할 거라고 믿어.

조건 좋은 남자, 이 깐깐한 내가 콱 찍은 남자니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당신도 자신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어.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당당했으면 좋겠고.

자신의, 삶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잿빛 날들을 보낼 수 있다면

꿈꾸던 삶은 눈앞에 펼쳐질 테니까. 그 길이 거칠고 지친다 하더라도...

(그리고 사실 그렇게 거칠 것도 없어! 가족이랑 돈 멀쩡하게 있는데 뭐..ㅋㅋ)

같이 늘 얘기하고 보듬으며 꾸준히 걸어가자. 그러다 보면 될 거야.

당신은 그럴 만한 조건을 갖췄으니까. 충분히.
2010/01/22 22:48 2010/01/2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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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hovamp
    2010/01/24 11:00 PERMALINK EDIT/ERASE REPLY

    공개 염장질!
    (라고 써놓으면 꼭 제가 솔로같아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 로키
      2010/01/24 16:25 PERMALINK EDIT/ERASE

      이제 나는 커플도 염장하는 경지에 (??)

  2. 무스카
    2010/01/24 11:26 PERMALINK EDIT/ERASE REPLY

    우와아앙 부럽긔

  3. 2010/01/25 12:25 PERMALINK EDIT/ERASE REPLY

    우쭐우쭐

  4. 삭풍
    2010/01/26 16:08 PERMALINK EDIT/ERASE REPLY

    윽 인사드리러 왔다 주화입마에...[OTL]

    • 로키
      2010/01/27 16:13 PERMALINK EDIT/ERASE

      아 전역하셨다고 얘기 들었어요! 주화입마는 어서 치료를..;ㅁ;

  5. 2010/01/26 21:41 PERMALINK EDIT/ERASE REPLY

    조용히 보고 넘어갔지만, 역시 부럽부럽.. ^^;
    @ 저도 올해는 솔로 탈출 좀 ㅋㅋ

  6. 아사히라
    2010/02/01 00:21 PERMALINK EDIT/ERASE REPLY

    ㅠㅠ...

    • 로키
      2010/02/01 12:19 PERMALINK EDIT/ERASE

      (토닥토닥) 아군도 짝을 만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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