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살아가기: W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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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와닿았던 것은 모든 것이 보장된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지구에 돌아가겠다는 액시엄 호 함장의 결정, 그리고 항법 컴퓨터 '오토'의 대립이었다. 그것은 바로 영적 성장의 고통이기도 하니까.
오토 (Auto: 자동)라는 이름에도 드러나지만 오토는, 그리고 액시엄 호는 인간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편의를 제공한다. 로봇들이 모든 시중을 들어주고, 노력할 것도, 극복할 과제도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일종의 집단적 유년기이다. 모든 책임은 돌봐주는 사람 (부모이든 로봇이든)이 지고, 판단을 내릴 권리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없이 그저 존재하고 즐기기만 하면 되는.
액시엄의 상태가 유년기보다 한층 더 심한 점은 그런 완벽한 안락이 영구적이라는 데에 있다. 아이는 누구든 자라서 자기 삶에 책임질 개체가 될 것을 기대받고, 그때를 위해 교육과 훈육을 받는다. 반면 액시엄 호 승객들은 언제까지나 의존적인 상태에 있을 것을 권장을 넘어 강요받는다. 그들의 삶에는 교육도, 성장도 없다. 그저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봉쇄당한 영원한 유년뿐.
그렇게 완벽하게 안전하고 고분고분했어야 할 액시엄호에 변화가 찾아온다. 하나는 이브와 이브가 품은 작은 풀포기,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에 지정된 과업도 버리고 그 이브를 쫓아온 월리. 전자가 지구로 갈 가능성이라는, 변화의 물리적 가능성이라면 후자는 지구로 갈 용기, 즉 영적 자극이다.
수백 년 간의 고독 속에서 쓰레기더미에서 찾은 음악과 영상을 통해 춤과 낭만 같은 비실용적인 것을 학습한 월리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내밀며 이름을 말한다. 서로 얼굴을 보는 대신 화면만 들여다보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아마도 옛날 테이프에서 본 모습 그대로.
사람들이 중독되어버린 화면을 꺼버리고 악수를 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월리는 액시엄 호에, 그 승객들 속에 잠들었던 것을 서서히 깨운다. 이 로봇은 700년 전에 산 사람들의 인간다움을, 얼굴을 마주보고 악수를 하고, 춤을 추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준다. 인간에게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이 로봇은 먼 과거로부터의 전령이다. 인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 다시 될 수 있는지 일깨우는.
이브가 품어온 생명의 증거를 보고 함장은 지구의 자료를 찾으며 푸른 하늘과 황금들판, 생동감 넘치는 춤을 꿈꾼다. 그러나 하늘은 잿빛이고 들판은 불모지가 되었으며, 춤을 추려면 먼저 몸을 반중력 의자에서 일으켜야 한다. 영상자료와는 너무 다른 지구의 황폐한 모습에, 넘어서야 할 어려움의 거대함에 함장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성장에 따를 수밖에 없는 고통에.
자유와 열정의 아름다움은 공짜가 아니다. 고통과 두려움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과 두려움을 넘어서지 않고는 자유로울 수도, 열정적일 수도 없다. 수백 년의 고독이 없었으면 월리가 이브를 따라 우주로 나갈 수 있었을까? 음악을 듣고 테이프를 보며 혼자 꿈만 꾸던 그 수많은 시간이 없었으면 월리가 그렇게 춤을 출 수 있었겠으며, 이브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브에게 그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영화 거의 끝머리에서 잠시 기억을 잃은 월리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열정은, 그리고 인간다움은 프로그램된 것이 아니었다. 문명의 잔재 속에서 매일을 혼자 보내면서 느낀 고독의 깊이는 이 로봇에게 영혼의 깊이가 되었다. 영혼을 깊게 파내는 고통을 감내할 용기가 있는지, 안락과 안전을 떠나 거대한 미지 속으로 내딛어서 자신 이상의 자신이 될 수 있겠는지 월리는 천진한 눈빛으로 무언의 도전을 던진다.
함장에게 그 시작은 아주 작았다. 보잘것없는 풀 한 포기의 생명을 책임지고, 어떻게 이 작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그 작은 한 걸음은 지구를 마찬가지로 책임져야겠다는 결단이 되었다. 이곳은 안전하며, 무사히 생존할 수 있다는 오토 앞에서도 함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난 생존하고 싶은 게 아냐. 살고 싶다고!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이 대사를 '월리' 최고의 명대사이자 영화 한 문장 요약으로 추대하는 바이다. 월리는, 그리고 그를 보며 함장과 이브도 깨달았던 것이다. 그저 먹고 숨쉬고, 혹은 무사히 작동하며 프로그램대로 존재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는 것을. 열정과 신념을 위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통을 감내할 의지 없이는, 가장 깊은 영혼의 부름을 따를 용기 없이는 진정 살아간다고 할 수 없음을.
그래서 그들은 생존을 넘어서는 삶을 선택한다. 함장은 오토와 싸워 이기고, 이브는 월리를 살리려고 분전한다. 함장은 자기 발로 스스로 일어서 물리적 자동화뿐만 아니라 영적 자동화를 강요했던 오토를 기능 해제하고 스스로 조종키를 잡는다. 그럼으로써 그는 명목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함장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 책임지고 극복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지구로의, 그리고 고통을 감내할 용기를 통해 한층 성장한 자신들을 향한 여정을.
고통도 부담도 없는 '생존'이 아닌 선택과 고난과 극복이 있는 '삶',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월리'의 얘기다. 자동화된 조종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대신 스스로 키를 잡고 자기 배의 선장이 되어, 때로 막막한 바다를 스스로 고른 항로를 따라 헤쳐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것이 영원한 유년기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다는 것이며, 인간이라는 의미일 테니까.
Invictus
by William Ernest Henley
불굴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끝에서 끝까지 나락처럼 검게
나를 덮은 흑암 한가운데서
신이 있다면 감사하리라
불굴의 영혼을 내린 것에.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운명의 두려운 손아귀에서도
나는 주춤하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비록 악운이 후려친다 하나
피흘려도 고개는 숙이지 않는다.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분노와 눈물의 이 골짜기를 지나면
죽음의 그림자가 기다리겠지
허나 도사리는 세월의 위협 앞에도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두려움은 없다.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그 문이 아무리 좁다 하여도
앞날에는 형벌과 고난 가득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또한 내 영혼의 선장이리라.
2008/11/26 00:36
2008/11/26 00:36
로키
분류없음
2008/11/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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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소리나는 대로..
다른 관점으로..
디즈니도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였죠. -_-
그렇죠..ㅋㅋ
I know what you did last weekend.
-_-월리같은 소리...피식.
지난 주말에는 보다시피 건전하게 월리를 봤지! ㅡㅡ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