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reamed a Dream
오늘은 영국 가수 발굴 프로인 Britain's Got Talent에 출전한 수전 보일 (Susan Boyle) 오디션을 보고 얼마나 감동을 먹었는지 모른다. (노래는 1:35경부터 시작) 노래라고는 성가대와 가라오케에서밖에 한 적 없는, 고양이와 둘이 사는 마흔일곱 살 노처녀는 그녀를 깔보던 청중을 노래를 시작한 순간 팬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청중이 감응한 건 그녀의 놀라운 재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의 비디오를 눈물 글썽이며 몇 번이나 보다가 다른 I Dreamed a Dream 비디오를 찾아본 결과, 어떤 세계적인 가수가 부른 I Dreamed a Dream도 이 통통하고 촌스러운 스코틀랜드 아줌마가 부른 노래에 발끝만큼도 닿지 못했다.
워낙에 보일의 목소리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녀가 선사한 감동의 진정한 실체는 노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삶의 무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수를 꿈꾸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세상이 보기에 별볼일 없고 수수한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으며, 그 속에서 꿈은 얼마나 멀게만 느껴졌을까.
하지만 그녀의 넉넉하고 환한 웃음과 활달하고 기품있는 태도에서는 생활의 권태와 삶이 안겨주는 실망을 훨씬 넘어선 여유와 힘이 있다. 꿈을 평생 좌절당하고도 낙천적이고 밝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 삶의 그늘과 빛을 모두 아는 사람만이 수전 보일이 부른 I Dreamed a Dream을 부를 수 있다. (아, 물론 재능도 넘쳐야 한다.) 노래에는 목소리와 기술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가니까.
I Dreamed a Dream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에 나오는 인물 팡틴의, 좌절당한 꿈과 절망스러운 삶에 대한 노래이다. 소설에서는 그렇게 비중 있는 인물은 아닌데, 뮤지컬에서는 여주인공 급인 모양이다.
팡틴이라는 인물은... (스포일러)
다음은 I Dreamed a Dream 가사와 해석. (수전 보일 오디션에 나온 가사는 색을 표시한 부분만이다.)
I Dreamed a Dream
꿈을 꾸었네
There was a time when men were kind,
And their voices were soft,
And their words inviting.
There was a time when love was blind,
And the world was a song,
And the song was exciting.
There was a time when it all went wrong...
남자들이 친절하던 때가 있었네
목소리는 부드럽고
말로 마음을 끌던 때가.
사랑에 분별이 없던 때가 있었네
세상은 노래였으며
그 노래는 얼마나 생동했는지.
모든 것이 잘못된 때가 있었네...
I dreamed a dream in time gone by,
When hope was high and life, worth living.
I dreamed that love would never die,
I dreamed that God would be forgiving.
Then I was young and unafraid,
And dreams were made and used and wasted.
There was no ransom to be paid,
No song unsung, no wine, untasted.
지나간 시절에 꿈을 꾸었네
희망이 있고 살 가치가 있던 때에
죽지 않는 사랑의 꿈을 꾸었네
관대한 용서의 신을.
그때는 젊고 두려움 없었네
꿈은 만들고 소모하고 버렸었고
어떤 대가도 낼 필요 없었고
부르지 않은 노래, 맛보지 않은 술도 없었네.
But the tigers come at night,
With their voices soft as thunder,
As they tear your hope apart,
And they turn your dream to shame.
그러나 밤이면 호랑이가 나와
천둥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희망을 찢어발겨 버리고
꿈을 수치로 짓밟네.
He slept a summer by my side,
He filled my days with endless wonder...
He took my childhood in his stride,
But he was gone when autumn came!
그는 여름 한 철 내 곁에 잠들었지
날이면 날마다 끝없는 놀라움
어리기만 한 나를 보듬었던 그는
가을 바람 불어닥칠 때 가버렸네.
And still I dream he'll come to me,
That we will live the years together,
But there are dreams that cannot be,
And there are storms we cannot weather!
그가 돌아오는 꿈을 여전히 꾸지
평생 함께할 거라고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꿈도 있으며
헤쳐갈 수 없는 폭풍도 있으니.
I had a dream my life would be
So different from this hell I'm living,
So different now from what it seemed...
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내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과
너무나 다를 삶을 꿈꾸었었네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삶은 내 꿈을 죽여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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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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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인터뷰 부분이 재밌군요.
완전 시골 노처녀의 전형! ㅋㅋ
http://www.youtube.com/watch?v=-Jo4FvpN3_g
발끝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수잔보일의 음색이 사람의 감정을 끌어 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가수들이 폄하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 루디 헨샬 버전이군요. 제가 본 것 중 수전 보일 다음으로 좋았죠. (그 다음은 아레사 프랭클린, 그 다음은 헤일리 웨스텐라, 제일 맘에 안 들었던 공연은 엘리자베스 쿤.) 발끝에도 못미쳤다는 건 노래의 감동에 대한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일 뿐, 기술적으로는 헨샬과 프랭클린이 더 낫죠. 기술과 연기력을 포함한 객관적인 평가는 헨샬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해석의 독창성은 프랭클린이 더 뛰어났죠. 순전히 미성으로만 따진다면 웨스텐라가 보일을 능가하고요.
하지만 제 심금을 울리는 데에는 이 세계적인 가수 중 누구도 수전 보일 발끝만큼도 못 미친 건 사실이에요. 저는 미래의 수전 보일조차도 저만한 공연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이거든요. 과연 꿈을 이룬, 매니저와 소속사가 있고 상업성을 생각해야 하는 가수가 어머니를 잃은 후 2년 간의 침묵을 처음 깬 시골 노처녀의 노래에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수전 보일의 이 첫 공연이 더 소중하기도 해요. 다듬어지고 세련된 예술가는 자신을 감추는 법을 배우게 마련인데, 그러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아. 솔직히 아마츄어랑 프로랑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적어도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가수들의 노래 중에서
루시 핸셜이 정말 잘합니다.
캐릭터와 가사를 고려한다면 이 노래는 곱게 부르는 노래는
아니죠.
거장 아리사 프랭클린의 노래도 정말 너무나 색다르죠.
달리 '소울의 여왕'이겠습니까.
보일의 경우, 그녀의 사정을 듣고나서 노래를 들었을 때 감동적이라고
느끼게 되고 관중들이 환호하니 분위기를 타는 상황이죠.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실제로 노래만 들어보면 특별히 감동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건 아마츄어인데 프로보다 잘하느냐가 아니죠.. 잘하는것은 기준은 '기교' 와 '감성' 이 있겠죠..
감성으로 기교를 판단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기교로 감성을 무시해버리는것도 말이 안되죠..
그렇죠, 두 가지가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안정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교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만, 저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보일의 그 첫 오디션은 대단한 감동이었어요. 물론 연출의 힘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어우러진 만큼 재현하기는 어려운 순간적인 감동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 순간이 더욱 소중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