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눈이 내리는데 스미스씨는 서울에 간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의 한 장면

항의편지를 쥐고 망연자실한 스미스

언론법과 집시법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나는 1939년 미국 영화 '워싱턴에 간 스미스씨 (Mr. Smith Goes to Washington)'를 떠올린다. 정치와 아무 상관없이 살아오던 젊은이 제퍼슨 스미스 (제임스 스튜어트 분)가 얼떨결에 상원의원이 되어 워싱턴의 위선과 부패에 맞서는 내용인 이 영화는 언론 독과점과 시위의 자유 문제 역시 극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특히 시의성이 있다. (스포일러가 싫은 분은 다음 문단은 건너뛰길)


영화 속에서 부패의 누명을 쓰고 상원에서 제명당할 위기에 처한 스미스는 동료 의원의 부패를 폭로하고 오명을 벗으려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의 악역이자 부패의 배후인 짐 테일러는 (에드워드 아놀드 분) 스미스의 출신 주에서 모든 신문과 방송을 장악한 재벌이다. 테일러는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에 지시해서 스미스를 부패한 의원으로 힐난하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시킨다. 스미스에 대한 진실을 알리려고 전단지를 찍고 거리에 나선 소년들의 시위는 폭력적으로 진압당한다. 그 결과 스미스가 대표하는 주민들은 스미스가 잘못이라고 굳게 믿어버리고, 그를 비난하는 엄청난 양의 우편물이 의회에 도착한다. 이미 신체와 정신이 한계에 달한 스미스는 그 편지들을 보고 무너지듯 쓰러진다.


언론 독과점과 집회와 시위의 자유 제약이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이유를 '워싱턴에 간 스미스씨'는 아주 단순하고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유가 형식적 자유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만 봐도 안다.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국가에서 어느 정도 바로잡지 않으면 권력과 재력을 독점한 일부는 가히 전제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며, 나머지는 죽을 자유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민주국가라면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권리, 미성년자 노동에 대한 규제, 노동시간과 조건 제한 등을 법으로 정하고 있게 마련이다. (노조 결성권은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으로도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는 형식적 자유가 평범한 시민에게 얼마나 억압적이고 비참한지는 역사가 알려주고 있으니까.

언론의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얼마든지 언론사를 차릴 수 있다는 형식적 자유는 현실적인 재력의 불균형 때문에 언론 독과점을 사실상 조장한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형식적 자유가 노예제나 다름없는 상황을 조장했듯이. 일부 돈이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언론을 모두 장악하면 '워싱턴에 간 스미스씨'에서처럼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이란 극히 일부의 전유물이 된다. 민주주의의 근본인 다양한 시점과 의견이 자유롭게 경합하는 시장을 말살하는 그런 형식적 자유는 이미 민주주의가 아닌 귀족정이다.

대통령이라고 이런 간단한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 아니까 그런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와 그들이 원하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닌, 힘있는 이들 몇몇만을 위한 사회이니까. 불편한 저항과 다양하게 불거져 나오는 반대의견을 비애국적이라거나 친북이라거나 좌파라거나 하는 단순한 이름으로 일축할 수 있는 깔끔하고 일사분란한 사회가 그들의 이상향이니까. 국가과 재벌이 손잡고 점점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군국주의로의 회귀야말로 그들의 영원한 꿈이다. 반대를 두려워하고 다양성이 싫은, 상상력이 메마르고 지적으로 빈곤한 불쌍한 자들이 구하는 위안이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우습다.

그래서 지금 내 블로그에는 표현의 자유가 눈이 내린다. 이 긴 밤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미약한 등불을 들어보인다. 남들도 볼 수 있게, 같은 불빛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게, 그리고 어쩌면 참 멀어만 보이는 그 여명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터벅터벅 서울로 걸어가는 스미스씨의 지치고 외로운 뒷모습 위로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 조용히 눈이 되어 내린다.
2008/12/27 15:26 2008/12/27 15:26
로키
tags : , ,
분류없음 2008/12/27 15:26

트랙백 주소 : http://lokasenna.pe.kr/blog/trackback/287

  1. Tit torture. tracked from Tit torture. 2011/10/25 19:18  삭제

    Tit torture. Needle tit torture.

  2. Freeones pornstars. tracked from Free pornstars. 2011/10/26 10:16  삭제

    Free ebony pornstars. Free pornstars.

  3. Big boobs. tracked from Big boobs. 2011/10/26 14:42  삭제

    Big boob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lainavi 2009/01/02 09:27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으로 공감. 뛰쳐나가서 함께할 용기까지는 없지만,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다. 더 이상 군국주의로의 회귀가 계속된다면 (용기없는 나는) 광장에는 차마 나서지 못하고 비밀 결사대를 조직하는 시인이 될지도 몰라.

    • 로키 2009/01/06 14:08  수정/삭제

      비밀 결사대라니, 슬픈 일이군. 나라가 어찌 될른지, 에휴.

Powerd by Textcube, designed by criuce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