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환상,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DMC 표지

클라우저 II세/네기시 소이치

오늘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1, 2권을 선물받았는데, 꽤나 재밌게 봤다. 세련된 팝을 하러 도쿄에 상경했건만 정작 데스메탈 밴드의 악마적 보컬로서 성가를 올려가는 가련한 청년 네기시 소이치가 주인공인 이 만화는 밴드 활동과 관련해 일어나는 황당한 사건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보고 웃으면서 데스 메탈과 일탈적 매체에 대해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데스 메탈의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가사와 공연 내용을 문제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보고 들으면 애들이 어떻게 된다 하는 소리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았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사람이라면 말끝마다 살해와 겁탈을 외쳐대는 가사는 억압적인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며, 환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물론 그런 내용의 노래를 듣고, 공연을 보고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사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다. 연쇄살인하라는 내용이 노래가사에 나왔다고 그걸 따라하는 바보가 있다면, 애당초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본다. 그런 노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같은 오류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도덕성이나 현실 감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데스메탈이 아니더라도 어떤 계기로든 범죄를 저지른다고 본다. 데스메탈을 듣는 절대 다수의 정신이 건전한 사람들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그 일탈을 확고히 환상의 영역에 남겨둔다. 결국 같은 매체에 대한 전혀 다른 반응은 사람에 달린 것이지, 매체의 내용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나처럼 안 들으면 그만이지 굳이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서 그 현실과 환상의 경계와 긴장은 웃음을 선사한다. 고 투 DMC를 외치며 환호하는 팬이든, 겁탈과 살해를 외쳐대는 가사를 작사하고 노래를 부르는 네기시든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환상이 현실에 침범하면서 말랑말랑한 팝송을 좋아하는 마음씨 착한 이 시골청년은 종종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을 겪으면서 네기시는 자신도 모르게 클라우저 II세의 광기어린 언행을 그대로 재현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가 사건을 수습하려고 부득이 무대 외에서도 클라우저 II세 역할을 하면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전설은 커져만 간다. 번번히 네기시는 클라우저 II세로서 한 행동을 후회하면서 이런 밴드따위 하기 싫다고 되뇌이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어하는 부드러운 발라드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그는 재능을 펼칠 수 있는 DMC로 매번 돌아온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네기시도 자신의 재능과 DMC의 음악에 훨씬 자부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그의 음악이 팬들에게 일상에서 생긴 스트레스의 분출구가 되는 환상 속의 일탈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그리고 클라우저 II세의 영역 역시 환상에 제한시키면 엉뚱한 때에 나타나 네기시의 현실을 침범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된다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유쾌한 소재는 한결 줄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아래는 보너스로 멋진(?) 공연 동영상 하나. 호주의 코미디 프로 체이서 (The Chaser)에서 데스 메탈 밴드 캐니벌 콥스 (Cannibal Corpse)의 음악을 라운지 음악으로 편곡한 것이다. 위에서 한 얘기처럼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논객들에 대한 풍자도 있어서 더욱 재밌다.



Now, as a lounge singer, I'm extremely disappointed that politicians want to ban the tour of death metal group Cannibal Corpse on account of the lyrics being too violent. But I disagree. Take a look at them. (Cannibal Corpse clip) The lyrics aren't the problem, it's the music. (Laughter) So in case they can't tour, I've created a lounge music arrangement using the actual words to the Cannibal Corpse song, "Rancid Amputation."

라운지 가수로서 저는 일부 정치가들이 데스 메탈 그룹 캐니벌 콥스의 순회공연을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실망입니다. 가사가 폭력적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한 번 보시죠. (뮤직 비디오 일부) 가사가 문제가 아니라 음악이 문제인 거죠. (관중 웃음) 따라서 혹시 순회공연을 못할 경우에 대비해 그들의 곡 "역겨운 절단" 가사를 라운지 음악으로 어레인지했습니다.

Rippin' through flesh is what I do best
Tear off an arm, amputate a neck
Eyes removed, cranium smashed
Decomposing remains severed in half

살을 찢는 것이야말로 나의 재능
팔을 뜯어내고 목을 절단한다
눈을 꺼내고 두개골을 박살내지
썩어가는 시체는 반으로 갈라

Torsos hang from their own intestines
Ripped off all bodily extensions
Stumps writhing with infection
Suffering a rancid amputation

내장으로 매달린 상체가 즐비하고
사지는 모두 뜯어냈다
잘린 그루터기는 감염으로 꿈틀거리는구나
역겨운 절단을 겪으면서

My muscles tighten as I feel the rush
I look at your corpse starting to gush
Internal rot beginning to clot
I'll swallow your pus

흥분하면서 근육이 긴장한다
네 시체가 피를 콸콸 흘린다
내부의 부패가 굳어가는구나
너의 고름을 삼켜주겠다

Sufferin' a rancid, sufferin' a rancid, sufferin' through a rancid amputation

역겨운 절단을, 역겨운 절단을, 엮겨운 절단을 겪으면서

Hack, rip, slice, carve, chop, tear,
Carvin' out your eyeballs, watch them stare
Tear, rip, slice, carve, chop, hack,
Shove the entrails into a sack

베고, 찢고, 자르고, 파고, 찍고, 가른다
눈알을 파내자 나를 물끄러미 보는구나
가르고, 찢고, 자르고, 파고, 찍고, 벤다
내장은 자루에 쑤셔넣는다

Dyin' slowly never to rest
Nerves are quivering as I rip
Removal of life on the blade of my knife
(And now for my favorite Cannibal Corpse lyric of all)
Rape the limbless cadaver.

천천히 죽어가며 안식도 없구나
찢어내면서 신경이 부르르 떨려
나의 칼날로 생명을 베어내고
(그리고 다음이 제가 최고로 꼽는 캐니벌 콥스 가사죠)
사지 없는 시체를 강간한다


앤드류 한센 쵝오. ㅡㅡd 왠지 네기시가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안습이랄까. 실제로 발라드를 홧김에 데스 메탈로 바꿔버린 일도 있었으니. 어쨌든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추천!
2009/05/06 00:40 2009/05/06 00:40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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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09/05/0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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