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끌림과 자기다움
예전에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글을 썼는데, 최근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하나 발견했다.
전에 플래너를 살 때, 사실 내가 처음에 사고 싶었던 디자인은 결국 산 것과는 달랐다. 사실은 왼쪽의 피비 바인더가 처음에 눈에 들어온 물건. 하지만 재고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다른 것을 고르다가 결국 오른편의 미드타운 바인더를 발견하고 그쪽을 골랐다.
그때 피비 바인더 재고가 없는 게 사실은 행운이었던 게, 뱀프군도 두 개를 다 보더니 그렇게 말했지만 미드타운 쪽이 특히 내게는 훨씬 좋은 물건이었다. 피비 바인더가 끌렸던 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디자인 때문이었는데, 웹상으로 두 번째 봤을 때만 해도 이미 질리는 느낌이었건만 사기라도 했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겠는가. 게다가 걸쇠가 있는 건 일일히 열기가 귀찮기도 하고.
결국 당장 갖고 싶었던 피비 재고가 없어서 이성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기준으로 찾아본 결과 (작은 크기, 걸쇠 없는 것 등등) 미드타운을 발견했고, 결과에 대만족하고 있다. 훨씬 나답고 질리지 않는 스타일, 편한 디자인 때문에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찾은 듯하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이후에 또 아주 비슷한 일을 겪어서 뭔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다. 이번에는 여름에 들고다닐 가방이 딱히 없어서 가방을 찾던 중, 하라주쿠 러버 팬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너무 귀엽고 예뻐서 지를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바인더 샀을 때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었을까. 이번에는 재고도 있었지만 당장 사지 않고 사이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루 동안 틈이 나면 이미 있는 옷을 떠올려 보며 과연 저 가방이 어울릴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역시 저건 내 물건이 아니라는 것. 보기에 귀엽긴 하지만, 내가 쓸 물건은 아니었다. 감상용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일단 사용을 하려고 생각하면 '나'에게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저 가방이 정말로 어울릴 옷이 별로 없었으며, 무엇보다 저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옷은 차치하고라도 내 외모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아서 결국 옷장에 처박아둘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다른 건 없을까 찾아보기 시작했고, '크로스 백'을 검색하다가 나인 웨스트 크로스백을 발견했다. (사진상으로는 위의 하라주쿠 러버 팬 백보다 커보이지만, 비슷한 높이에 너비는 절반 정도.)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확 끌렸다. 동경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야말로 '저건 내꺼'라는 느낌. 크기가 살짝 작기는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간편한 맛이 있었고, 색이나 디자인 모두 이미 있는 옷과,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어울렸다. 들고나갈 수 있는 상황도 하라주쿠 러버 팬 백보다 훨씬 폭이 넓었고, 마음에 든 물건을 발견한 이상 크게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지만 값도 반 이하.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샀다.
이렇게 두 가지 물건을 사고 두 가지 물건을 탈락시키고 나니 눈이 혹하는 것과 진정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정말이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차이를 모르는 것, 혹은 무시하는 것이 돈뿐만 아니라 감정과 시간, 기회 낭비의 뿌리일지도 모른다. 죽고 못살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는 사실 끌리는 상대였을 뿐이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결혼하면 결국 불행하듯이. 마찬가지로 돈 많이 벌고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직장이라도 그 내실은 전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고생길은 따놓은 당상이다.
결국 자기다운 스타일을 찾는 것은 단순히 예쁜 것, 화려하고 남이 알아주는 것 얘기가 아니다.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으려면 판단 기준은 사회적 시선도, 심지어는 자신의 순간적인 끌림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알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하기도 하고.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 없이는 진정한 자기다움은 멀어지기만 하지 않을까.
(근데 나 지금, 남자를 다이어리나 핸드백과 동일선상에 놓고 봤나? -_- 착각일 거야, 착각!)
전에 플래너를 살 때, 사실 내가 처음에 사고 싶었던 디자인은 결국 산 것과는 달랐다. 사실은 왼쪽의 피비 바인더가 처음에 눈에 들어온 물건. 하지만 재고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다른 것을 고르다가 결국 오른편의 미드타운 바인더를 발견하고 그쪽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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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피비 바인더 재고가 없는 게 사실은 행운이었던 게, 뱀프군도 두 개를 다 보더니 그렇게 말했지만 미드타운 쪽이 특히 내게는 훨씬 좋은 물건이었다. 피비 바인더가 끌렸던 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디자인 때문이었는데, 웹상으로 두 번째 봤을 때만 해도 이미 질리는 느낌이었건만 사기라도 했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겠는가. 게다가 걸쇠가 있는 건 일일히 열기가 귀찮기도 하고.
결국 당장 갖고 싶었던 피비 재고가 없어서 이성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기준으로 찾아본 결과 (작은 크기, 걸쇠 없는 것 등등) 미드타운을 발견했고, 결과에 대만족하고 있다. 훨씬 나답고 질리지 않는 스타일, 편한 디자인 때문에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찾은 듯하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이후에 또 아주 비슷한 일을 겪어서 뭔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다. 이번에는 여름에 들고다닐 가방이 딱히 없어서 가방을 찾던 중, 하라주쿠 러버 팬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너무 귀엽고 예뻐서 지를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바인더 샀을 때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었을까. 이번에는 재고도 있었지만 당장 사지 않고 사이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루 동안 틈이 나면 이미 있는 옷을 떠올려 보며 과연 저 가방이 어울릴지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역시 저건 내 물건이 아니라는 것. 보기에 귀엽긴 하지만, 내가 쓸 물건은 아니었다. 감상용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일단 사용을 하려고 생각하면 '나'에게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저 가방이 정말로 어울릴 옷이 별로 없었으며, 무엇보다 저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옷은 차치하고라도 내 외모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아서 결국 옷장에 처박아둘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다른 건 없을까 찾아보기 시작했고, '크로스 백'을 검색하다가 나인 웨스트 크로스백을 발견했다. (사진상으로는 위의 하라주쿠 러버 팬 백보다 커보이지만, 비슷한 높이에 너비는 절반 정도.)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확 끌렸다. 동경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야말로 '저건 내꺼'라는 느낌. 크기가 살짝 작기는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간편한 맛이 있었고, 색이나 디자인 모두 이미 있는 옷과,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어울렸다. 들고나갈 수 있는 상황도 하라주쿠 러버 팬 백보다 훨씬 폭이 넓었고, 마음에 든 물건을 발견한 이상 크게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지만 값도 반 이하.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샀다.
이렇게 두 가지 물건을 사고 두 가지 물건을 탈락시키고 나니 눈이 혹하는 것과 진정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정말이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차이를 모르는 것, 혹은 무시하는 것이 돈뿐만 아니라 감정과 시간, 기회 낭비의 뿌리일지도 모른다. 죽고 못살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는 사실 끌리는 상대였을 뿐이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결혼하면 결국 불행하듯이. 마찬가지로 돈 많이 벌고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직장이라도 그 내실은 전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고생길은 따놓은 당상이다.
결국 자기다운 스타일을 찾는 것은 단순히 예쁜 것, 화려하고 남이 알아주는 것 얘기가 아니다.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으려면 판단 기준은 사회적 시선도, 심지어는 자신의 순간적인 끌림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알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하기도 하고.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 없이는 진정한 자기다움은 멀어지기만 하지 않을까.
(근데 나 지금, 남자를 다이어리나 핸드백과 동일선상에 놓고 봤나? -_- 착각일 거야, 착각!)
tags : 일상
분류없음
2008/07/17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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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제 안목의 우수성을 인정하신 거군요! (퍽퍽) 다음에 남자 고르실 때도 사진을... (음?)
남자와 다이어리를 동일선상에 놓다니, 이런 남권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뱀프군 (??)
하지만 제 남자친구 같은 경우에는 '이런 옷은 원래 입던 거나 나와 맞지 않아'라고 하면 '새로운 걸 해보면 누가 알아? 새로운 특징을 발견하게 될지.'라고 이야기하지요.
물론.... 플래너는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요. =_=
...그건 그렇고 저는 요새 Moleskin이 땡겨서 죽겠어요. ;ㅁ;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뭔가 시도해볼 여지가 있을 때면 (자금, 공간, 마음) 새로운 방향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가 늘 그렇듯 위험부담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시하야님처럼 그런 위험부담이 있다는 걸 아는 거랑 제가 그럴 뻔했듯 (그리고 몇 번 그랬지만) 순간적으로 홀려서(?) 그런 고려사항을 생각 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건 차이가 큰 것 같아요.
Moleskine 공책은 오다가다 몇 번 봤는데 굉장히 단순한 느낌이더군요. 다이어리는 이미 있고, 공부용으로는 완전히 펼쳐지는 게 필요해서 선뜻 집지는 못했지만 괜찮아 보이는 디자인이더군요, 흐흐. 그걸 개조해서 다이어리로 만들었다는 글도 본 기억이..
축하해. 누나는 지름신을 이겼구나(...)
자기 자신을 안다는 건 인생 전반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 같아. 단순한 쇼핑에서부터 직장, 남자친구까지. 사회에 들어서는 9월부터는 자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 누나가 말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커다란 힘이 될 거라는 걸 분명히 실감하게 될거야. 정말 좋은 걸 깨달은 것 같네 :)
돈을 썼어도 그분을 이긴 거려나..(..) 말하자면 이득이 되는 타협 정도? ㅋㅋ 이 글도 결국 이전에 얘기했던 자기다움을 찾는 것의 일환이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확실히 알고 그걸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해가다보면 확실히 자기 색채가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어. 위에 시하야님 댓글에서처럼 그만큼 새로운 시도나 개방성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자신을 기준으로 선택을 걸러내는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크고작은 모험도 적당히 해야겠지만. 역시 모험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도 차이가 크겠지.
새로운 아이템이라
어떤 단편소설중에 그런게 있어.
인테리어 디자이너랑 결혼한 남자. 남자는 너무도 행복했지. 그녀는 모든것을 조화롭게 잘 꾸몄고, 결혼생활도 원만했어. 그러던 어느날 남자가 영국식 풍경화를 하나 가져왔어. 여자는 그 그림에 맞추어 인테리어를 다시 했지. 집이 다 바뀌어 갈 무렵 그녀가 말했어.
이 집하고 안 어울리는 남편을 바꿔야 겠어요.. 라고 ㅎㅎㅎ
새로운 아이템의 위험성! ㅋ
역시 남자는 소품과 동일선상이라는 확신을 얻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