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oks and Liars (영문 사이트)에서 본 기사. 미국의 두 번째 부시 정권이 미국과 전세계에 얼마나 비극을 유발했는지 일일히 얘기하기엔 이제 입만 아프다. 대규모 사기, 전쟁, 고문, 기본권 축소, 세금 낭비, 군국주의의 초기 증상으로 얼룩진 이 역사의 한 장을 관조하다 보면 실소를 터뜨리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게 될 지경이니까. 하지만 조지 W. 부시라는 사람의 근본적인 비극을 나타내는 이미지는 아부 그라이브의 역겨운 사진들이나 폐허가 된 뉴 올린즈 이상으로 다음 그림이 아닐까 싶다.

쾨너의 1916년 작품
20세기 초의 유명한 화가 쾨너 (W.H.D. Koerner, 1878-1938)의 이 작품을 조지 부시는 유난히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이 그림은 그가 좋아하는 찬송가인 "A Charge to Keep" (대충 번역하자면 '나 지킬 소명 있어' 정도)라는 단편소설 삽화였다. 부시는 선교사를 이끌고 거칠고 가파른 길을 나선 이 서부의 사나이의 모습에 깊이 감명받았으며, 집무실에 걸어놓고 종종 자랑했다. 이 그림을 가리켜 '바로 우리 모습이다!' 하고 직원들에게 메모를 쓰기도 했고.
문제는 이 그림의 원래 사연이다. 이 그림이 원래 무엇을 그리고 있나 궁금했던 사람들이 조사해본 결과...
모르는 게 약일지도..(...)
'나 지킬 소명 있어'에 나오기 전에 이 그림은 말을 훔치고 도망친 사기꾼의 모험을 그린 단편용 삽화로 제작되었다. 즉...
말타고 열나게 달리는 저 아저씨는 사기꾼 말도둑.
뒤에 쫓아오는 건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고. 삽화에 원래 붙은 자막은 '15분만 일찍 출발했어도 잡히지 않았을 텐데.' (...)
이거야말로 조지 W. 부시라는 사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아닌가. 그가 영웅적인 선교사라고 그렇게 자랑했던 그림이 본래는 법의 손에서 열심히 도망치는 사기꾼에 도둑이었다니. ('바로 우리 모습이다!')
뭐, 세상에 부정직하고 바보스러운 사람은 아주 많지만, 조지 W. 부시처럼 자기 바보스러움을 저렇게 함축적이고 적나라하고 웃기게 드러내는 친절한(?) 경우는 오히려 드물지. 저런 사람을 국가 원수라고 따른 미국 사람들도 안됐고, 죽도록 반대하면서도 이를 간 사람들도 안된 일이고. 참 딱한 세상에 딱한 부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이제 그 못지않게 딱해졌지만... 최소한 우리는 길어도 5년이라는 사실에 안도해야 하는 걸까. 조지 W. 부시 짝퉁과 그를 지지하는 30%의 국민에게 (아니 어째 지지율도 똑같아? (..)) 8년이나 시달리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