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특별히 잘못되어가는 것도 없는데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 시험이 다가오면서 슬슬 걱정되긴 하지만 사실 누가 평생 학점 보여달랠 것도 아니고(..) 자기만족 외에 학점에 대한 부담은 잘 없다. 법철학 시험대체 페이퍼 같은 경우도 같은 주제가 하트 이후로 잘 다루어진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역시 부담가질 성격은 아닌. 사실 하트 같은 대석학이 이미 다룬 내용을 되짚는다는 게 무모한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교수가 주제와 구성은 괜찮다고 했으니... 학점 주는 건 머피 교수지 하트 교수가 아닌 거다! (악악)

그럼 무엇이 걱정일까... 연방 법원 과목이 너무 어려워서? 어째 연방 대법원 판례들은 법논리보다 결정 연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최근 판례들은 5대 4 결정이라고 하면 그 4가 누구누구인지는 안봐도 짐작이 간다. 딱 스티븐스, 수터, 긴스버그, 브라이어 4인방이지, 뭐. 지난주인가 나왔던 매사츄세츠 대 EPA 사건은 4인방에 케네디가 왠일인지 합세한 덕분에 (그 양반, 제 2의 오코너가 되기로 작정한 건가) 오랜만에 꽤나 진보적인 결정이 나왔지만. 어쨌든 학점은 큰 걱정이 아니다. 그럼 왜 마음이 이렇지...

4월인데 12월처럼 춥고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까. 번즈 교수에 따르면 자기가 DC에 산 이래 이렇게 추운 날씨는 처음이라고, 시카고 날씨가 생각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어제하고 오늘 저녁은 연타로 비가 왔다. DC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건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연방 정부하고 국회가 겁먹어서라도 배기규제를 서두르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본다. (..)

그도 아니면 며칠 전에 아빠랑 했던 얘기 때문이려나. 졸업하면 결혼하는 쪽으로 방향 잡으라고 하시는데,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마음이 그랬달까. 결혼 얘기에 한번도 마음이 설레어본 적이 없는 건 애인이 없기 때문이려나. 나도 결혼에 대해서 환상을 좀 가져보고 싶다고! 그래야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살아가야 하는 지독한 현실을 견딜만한 마취라도 될 테니.

연애와 결혼은 서로 다른 얘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 기분을 보면 둘 사이의 연관성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누군가를 원하는 연습 없이는 결혼이란 견디기 힘든 생각이라는 것을. 혼자가 제일 편하고 생활 속에서 남과 타협하는 법을 모르는 독신으로서는 누군가가 내 공간에 들어와서 걸리적거린다는 걸 참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기뻐하라는 건 지금 상태로는 무리한 주문일 수밖에 없는 거다. 게다가 내 쪽이 여자니까 누가 누구한테 더 맞춰주기를 기대받을지는 뻔한 일.

그렇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안하기도 힘든 일이니 하긴 해야 할텐데, 어떤 불쌍한 놈일지(?) 나하고 잘 맞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다지 열렬한 사랑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연애감정이 (수술전 마취의 의미 말고는) 특별히 결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 그저 한 집에 살아도 견딜 수 있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서로 솔직할 수 있는 사람,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할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 이미 조건이 너무 많은 건가. 그리고 내 괴벽이나 취미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지. 그것만으로도 이미 조건은 너무나 많다! (..)

사람을 원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얼마만큼이나 원하면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지고, 누구에게나 있는 고통과 문제와 불안,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을 기분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원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그 자체일까. 세상이란 혼자 마주하기에는 춥고 거친 곳이니까...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 역시 나한테는 가슴 싸늘한 불안으로 다가오는 냉엄한 현실 중 하나. 사람을 원할줄 모르고 원하는 사람이 없는 나로서는 은신처가 아닌 또하나의 전장으로 느껴진다. 무엇과 싸우는 전장일까? 어쩌면 적은 실체 없는 불안의 그림자, 어쩌면 나와 마찬가지로 결함투성이의 한 인간, 어쩌면 나 자신.

뭐, 그래서 뒤숭숭한 모양이다. 지독하게도 시시한 고민이지 뭐야.
2007/04/16 11:43 2007/04/16 11:43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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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07/04/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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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삭풍 2007/04/16 22:06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도 너무 추웠어요 랄까

    • 로키 2007/04/17 04:51  수정/삭제

      엄마랑 통화했는데 대전도 춥다는군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도 꽃샘추위를 겪고 있는 모양이네요. 아이 잘됐다(?)

  2. 마들렌소피 2007/04/17 00:27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와 참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그러나 최근들어선 심각한 연애한번 해보고프다란 생각을 한다는

    • 로키 2007/04/17 04:55  수정/삭제

      오.. 그대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다니. 연애는 아무래도 결혼을 위해서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연습, 준비, 혹은 마취(..?)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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