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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2 당신의 조건 (12)
- 2010/01/17 독서 취향 테스트 (6)
- 2010/01/06 동성애에 대한 나의 취향? (8)
- 2010/01/06 나는 흑인이 싫어: 취향 아닌 취향에 대하여
당신의 조건
TAG 연애, 일기, 편지독서 취향 테스트
TAG 독서, 성격 테스트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취향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동성애에 대한 나의 취향?
TAG 동성애, 시사, 일기동성애와 취향 얘기가 나온 김에 동성애에 대한 내 '취향'을 묻는다면, 나는 일단 무슨 목적의 취향이느냐고 묻겠다.
내가 동성애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의미냐면, 현재 이성과 사귀고 있으며 바람을 피울 생각은 없다. 그런 면에서는 취향이 아니겠지.
(남친이 성전환수술을 해도 계속 연인일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그에게는 성전환수술이 필요없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지면을 빌어 전한다.)
다른 사람이 동성애를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라면, 그건 남의 이성애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만큼이나 묘한 질문이다.
옆집에서 (혹은 옆 도시에서,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혼자든 여럿이든 자기들끼리 뭘 하든 내 취향과는 무관한 게 뻔하잖아.
아니, 오히려 별로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남의 성생활에 대해 왜 취향이 존재하는 걸까, 그게 더 궁금하다.
동성애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하는 의미의 취향이라면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다.
아는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알아서 더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전에는 못했던 연애 고민 얘기도 듣고 했으니까.
BL물이나 야오이에 대한 취향이라면,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냥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어차피 그건 동성애에 대한 취향이 아니라 매체에 대한 취향 아닌가.
이렇게 여러모로 '남의' 동성애에 대한 취향이라는 건 참 성립하기 어렵다.
그냥 각자 자기 생활이나 잘 챙기면 안 될까. 관음증이 아닌 이상 남의 성생활에 대한 취미라는 건 그 자체가 모순 아냐?
나는 흑인이 싫어: 취향 아닌 취향에 대하여
TAG 동성애, 시사, 인권게다가 미국에서든 아프리카에서든, 왜 그렇게 못 살고 서로 싸워대?
흑인이라고 무슨 차별을 당해야 한다거나 해악을 끼쳐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냥 흑인하고 알고 지내거나 사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취향이니까 존중해 줘야지. 흑인인 게 무슨 감투냐?
언제나 키보드 워리어의 낙원인 이글루스에서 게이혐오 관련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누군가 흑인에 대해, 아시아인에, 여자에 대해 저렇게 '취향'의 문제로 쓴다면 어떨까.
솔직히 제목하고 첫 다섯 줄 쓰면서 스스로 혐오감에 손이 떨렸지만...
분명 세상에 게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 흑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건 모두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할까?
어떻게 타고난 피부색으로 사람을 싫어할 수 있느냐고?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유전적이라는 증거가 있는 판에 왜 안 되겠는가.
게다가 무슨 해를 끼치자는 것도 아닌데, 그저 싫다는 것일 뿐이라면.
뭔가 이상하다고? 어째서 이상할까.
사실 이건 취향이 아니라는 데에 진짜 문제가 있다.
빨강보다 파랑이 좋은 건 취향이다. 소녀시대보다 원더걸즈가 좋은 것도 취향이다.
그러나 어떤 계층의 사람을 선험적으로 싫어하는 건 십중팔구 취향이 아니다.
겪어보고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개인이 아닌 소속 집단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미 정치적, 사회적 사안이다.
L이라는 사람이 우리 애를 가르치는 선생인데, 알고 보니 L은 동성애자였다고 하자.
L의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이나 실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L이 학생이나 기타 미성년자에게 성적 관심을 보인 잃은 없다고 하자.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1. 당장 L을 해임해야 한다고 학교에 압력을 넣거나, 그런 활동을 심적으로 지지할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동성애 차별주의자다. (L이 무능하거나 잘못을 해서 해임하자는 게 아님을 기억하자.) 당신의 동성애 혐오는 취향이 아니라 정치적 신념이며, 근거를 제시하고 정당화해야 한다. 취향이므로 존중해달라는 변명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2. 동성애는 싫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선생을 해임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며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을 지지할 것인가?
축하한다, 당신은 진정 평등과 인권에 대한 신념이 넘치며, 동성애 혐오는 진짜로 취향이다. 불행히도 당신 같은 사람은 소수다.
3. 아니면, L의 해임을 주장하되 그건 L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로서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이 세 번째 경우가 가장 애매하다. L은 당신이 싫어하는 동성애를 하는 사람이다. 그가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정말로 학생들에게 잘못이 없는지 당신은 객관적으로, 또 평등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동성애가 정말 싫고, 그 사실만으로도 L과 멀어지고 싶은데, 당신의 눈에는 정말 색안경이 없을 것인가?
개인적으로 고르라면 나는 2번이 가장 존경스럽다. 동성애는 뭔가 좀 싫다, 하지만 성적 취향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건 내 신념에 어긋난다고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취향은 진짜 취향이고, 정치적 신념이 아니다. 그러나 말했듯 이런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가장 많이 보는 경우는 1번과 3번이다. 그리고 이 경우는 더 이상 취향은 취향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3번이 가장 위험하다. 차별을 교묘하게 정당화하니까.
그래서 '취향'과 '정치적 신념'이 반대 방향인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에 대한 취향은 취향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신념이며, 따라서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다. 취향이라는 말은 그저 토론을 피하는 연막일 뿐이다.
차별적 신념이든 진짜 취향이든, 터놓고 얘기하는 건 좋다. 다만 사회적, 정치적인 사안을 놓고 색상 선호나 아이돌 밴드 취미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취향을 놓고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취향 아닌 것을 취향이라고 우기고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부정직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