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선 사이 (Between Straight Lines)

첫 작품. 제목은 수전 베가 (Suzanne Vega)의 노래 Behind Straight Lines와 행간을 읽다 (read between the lines)는 말에서 따왔다. 페이지는 반제품을 사용했고, 여기에 가름끈을 붙이고 판지를 잘라 커버천을 붙여서 책을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거라 뒤처리가 좀 엉성했지만 (직선은 커녕 천이 잘못 밀려서 곡선일세), 깔끔한 색조합과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깔끔한 나머지 좀 심심하긴 하지만(...) 그게 뭐 나름 컨셉? RPG 계획용 공책으로 사용하고 있다.

확실히 기계제본한 반제품이라 깔끔한 맛이
2. 파스텔 3원색 (Primary Pastels)

처음으로 페이지를 손으로 실제본한 작품이다. 얇은 A4 용지를 사다가 접어서 바느질했는데, 실을 두 겹으로 해서 그런가 제본한 쪽이 훨씬 두꺼워서 전체적으로 모양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뭐 쓸만은 해서 현재 일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충동구매했던 커버천은 여전히 마음에 든다. 제목은 파스텔톤 빨강, 파랑, 노란색인 페이지색에서 따왔다.

어흑 저 제본한 꼴좀 봐ㅠㅠ
3. 가능성의 숲 (The Forest of Possibilities)


파스텔 3원색 때 제본에 좀 좌절을 하기도 했고, 문구점에 예쁜 반제품이 있기도 해서 앞부분인 주황색에서 녹색까지를 잘라다가 사용했다. 색 조합은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표지 재단을 작게 해서 살짝 실패한 작품. 완성하고 나서야 깨닫고 마음이 아팠다(...) 2mm 차이가 공예에서는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달까.
4. 꿈속의 꽃 (The Flowers that You Dream)

위 가능성의 숲에 들어간 반제품의 나머지로 만들었다. 제목은 U2의 곡 Stuck in a Moment에 나오는 가사 중 the colors that you dream에서 따온 것이다. 속페이지는 가능성의 숲과 원래 하나였으니 가능성과 꿈, 숲과 꽃이라는 연계성을 두고 싶기도 했다.
청색에서 보라색까지 있는 페이지에 어울릴 만한 표지를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천이 아닌 화지를 이용했다. 또 하나 시도한 것은 가름끈 끝에 꽃장식을 달아본 것. 처음에는 사이트에 있는 예시처럼 예쁘게 매듭을 지어보려고 했는데 풀리고 잘 안 되고 해서 결국 풀을 덕지덕지 묻혀서 고정했다. 소장하고 있는 3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가름끈 끝에 장식을 달아보았다
5. 무진장 핑크빛 (Too Pink to be True)

나비 생일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것. 생일선물로 유치찬란한 분홍빛 투성이 공책을 생일선물로 주고 싶었다. 제본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 수제 노트의 묘미라고 할 노출제본도 해보고 싶었다. 이때쯤 문구점에 비본 코너가 없어져서 재료는 전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특히 색이 사진과 다를까봐 콩닥콩닥)
종이는 비본에서 파는 제본용 종이로 했고, 제본실은 두 가닥이 아니라 한 가닥으로 꿰었다. 종이 접을 때도 얇게 접으려고 아주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두께 차이가 거의 없었고, 노출제본에서만 볼 수 있는 꾸미기 제본도 괜찮게 나온 것 같다. 벚꽃색과 분홍색 페이지, 분홍꽃 표지와 분홍 제본실 등이 정말 무진장 핑크빛(...)이다. 노출제본은 다음에도 해보고 싶다.

여담: 분홍색 꽃이 만발한 천은 다림질을 했는데도 접은 자국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서 다 만든 다음에도 자국이 남았다. 그래서 결국 완성한 공책에 다리미를 들이대는 변태성을 과시했다는 전설이(...) 옆에서 옷 다리던 사람은 저 인간 뭐야? 했을 거다.

노출제본한 모습. 책등 튼튼하라고 제본풀을 하도 처발라서 번쩍번쩍~
여담: 분홍색 꽃이 만발한 천은 다림질을 했는데도 접은 자국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서 다 만든 다음에도 자국이 남았다. 그래서 결국 완성한 공책에 다리미를 들이대는 변태성을 과시했다는 전설이(...) 옆에서 옷 다리던 사람은 저 인간 뭐야? 했을 거다.
책은 가장 매력적인 짐이라고 했던가. 이전에도 만들기 취미는 있었지만 북바인딩 취미는 그중 실용적인 축에 드는 것 같다. 선물하는 것도 한두 번이겠지만 선물용으로도 나쁘지 않고. 흠이라면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재료가 약간씩 남아서 (천조각 약간, 가름끈 약간 등) 물건 버리기 싫어하는 로키를 괴롭힌다는 점이겠지만... 그래도 포드캐스트나 라디오 들으면서 작업하면 시름이 싹 가시고,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해서 유익한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