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다. 못한다고 핑계를 대고 실은 안한 거야. 하기 싫어서, 정말 죽도록 싫어서. 어쩌면 공부같은 거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왜 내가 유학 같은 걸 가서 엄마랑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을 흘려보냈나 하는 회한이 몇 번이나 수면에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걸 지켜보았으니까. 한창 페이퍼 쓸 때 엄마가 아프셨으니까, 내가 다시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면 또 불행이 벌어질 것이라는 (따라서 안함으로써 막아볼 수 있다는) 주술적인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혼자의 불안에 침잠한 채, 고통을 피하는 당장의 위안을 방해받기 싫어서 도움조차 제대로 청하지 않았다. 몸만 컸지 어른이 아니다, 삶의 불확실성과 부담으로부터 도망치는 어린아이일 뿐.

알게 뭐야? 어차피 꽤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얘기해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대답이나 어색한 침묵이 돌아왔을 뿐인데. 가장 정면으로 마주봐준 사람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이 안타까워했을 뿐이라 말한 걸 곧 후회했다. 자신의 고통에도 마주하기 어려운데 누가 남의 고통까지, 그 복잡하고 유치하고 비합리적인 속내까지 감내하고 싶겠어. 자신의 아픔도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남의 아픔을 어떡하라고. 그러니까 말하지 않고 적당히 감추는 게, 어색하지 않게 자신에게도 숨기는 게 현명한 거다. 내가 삭히고 내가 해결하는 게 옳은데...

어차피 우주에 의미 같은 건 없다. 염세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인간의 의지나 감정, 소망에 이 세상은 어떤 상관도 하지 않는다. 의미가 있다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뿐이지만, 오늘같은 밤에는 피곤해서 그런 데 기운을 쓰기 싫어. 아침에는 좀 나아질지 모르지만, 어차피 살다가 죽는 거 뭐 그렇게 바둥바둥 살아야 하나.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인생은 개같고 그러다 죽는다). 오늘 하루종일 떠오른 말이다. 졸려서 칭얼거리네, 자야지.
2010/04/13 00:21 2010/04/13 00:21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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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0/04/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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