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직업 성격테스트

삭풍님 블로그에서 본 건데, 중세 유럽 직업으로 보는 성격테스트인 모양이다. 사실 중세가 신분이동이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그렇게 많은 사회도 아니었고, 직업은 주로 출생에 의해 결정되었는데 그 시대 직업이 개성을 나타내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 비유적인 의미겠지만... 어쨌든 해보니 총리가 나왔다.

생각해 보면 총리라는 직업 (그리고 유형)의 훌륭한 예로는 '얼음과 불의 노래'에 나오는 타이윈 래니스터가 있다. 보통은 악역으로 생각되는 인물이지만, 웨스테로스에서 수십년간 지속된 평화와 번영의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이 사람. 돈과 권력밖에 모르는 술수가라고 아무리 욕해도, 사실 민중을 위한 정의 중에는 평화가 으뜸이라는 것은 얼음과 불의 노래에 나오는 전쟁의 참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교활한 타이윈 래니스터가 모사와 탐욕으로 다스리는 동안 태평성대를 누리던 왕국이, 정의와 도덕 찾는 귀족 나으리들이 전쟁을 일으킨 순간부터 생지옥이 되어버린 것은 참 얄궂은 일이다. 어쩌면 세상살이는 여러 불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의 연속이며, 기왕 선택해야 한다면 작은 불의를 택하자는 것이 왕좌의 그늘에 선 모사가의 요체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총리형 인물은 아더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케이 경이다. 정확히는 아더왕의 성과 영지를 다스리는 가령(家令)이지만, 역할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본다. 이 사람을 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직하게 일하는 돌쇠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 랜슬럿 같은 살인기계에게 모두가 열광하는 동안 아더의 왕국을 관리해온 케이 경이야말로 카멜롯의 태평성대를 이룬 숨은 공신이다. 뭐, 기사들간의 피의 복수와 아더, 랜슬럿, 기네비어 일동의 방종이 겹쳐서 박살난 카멜롯이긴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케이 경을 무쟈게 좋아하는 아더왕 전설 연구가 필리스 앤 카르에 따르면 케이 경이 아더왕 전설 속에서 욕먹는 것은 중세 문화의 영향도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왕이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으면 차마 왕을 직접 욕하진 못하고 대신 왕의 가령에게 그 욕을 돌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즉, '아더왕은 개자식이다!' 라고 말하는 대신 '케이는 개자식이다!' 라고 말하는 식. 왕자가 맞을 일이 있으면 그 하인을 대역으로 때렸던 것과 비슷한 이치인 것이다.

결국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는 소리지만, 나는 그래서 케이경이 좋다. 어차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남이야 욕을 하건 무시를 하건, 의미있는 성취를 했다는 사실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자부심이며 자기 존재의 확인이라는 것... 아마 케이경 같은 사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사가이든 돌쇠이든, 뭔가 진짜 일을 해내는 사람은 내일이면 변하는 인기나 인정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성취야말로 개인의 삶과 전체 사회를 연결해주는 고리이며, 그 속에서 인간은 개인적 한계를 넘어 비로소 영생이라고 할만한 것을 가지게 되니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테스트하는 곳
2006/12/21 09:24 2006/12/21 09:24
로키
분류없음 2006/12/21 09:24

트랙백 주소 : http://lokasenna.pe.kr/blog/trackback/26

  1. 중세 직업 테스트. tracked from The Adamantine Watchtower of... 2007/12/05 17:17  삭제

    업무중 게으름을 부리면서 시간나는 틈을 타서 로키님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중세직업 테스트를 해 보았다.결과는 '꿈꾸는 음유시인'.예전에 한 번 했던 것 같은데, 그 때에도 음유시인였..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werd by Textcube, designed by criuce
rss